국내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5일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과도하다며 투매에 동참하기보다 보유 또는 분할 매수를 권고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주간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일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저렴하게 빌려 미국 빅테크주 등 다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 우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가능성, 중동 지정학적 우려 재부각이 투심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매크로(거시경제) 변수가 불확실할 때 봐야할 것은 수출 지표와 기업들의 실적 방향성"이라고 밝혔다.
수출은 10개월 연속 성장을 이어오고 있으며, 수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가 9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작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1조3천억원, 마이너스(-) 6조3천억원에서 올해 17조원, 8조3천억원으로 개선됐다. 하반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28조3천억원, 15조6천억원이다.
신 연구원은 "지금은 일부 지표를 경기 침체 우려로 과도하게 해석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 수준까지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보유 혹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통해 반등 구간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AI 반도체주가) 추가 조정 압력에는 노출되겠으나 침체 내러티브가 과장됐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 시점에서는 투매에 동참하는 것은 실익이 적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발표된 미국 실업률이 4.3%를 기록해 침체 판단 지표로 알려진 '삼의 법칙'(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이동평균치가 앞선 12개월 중 기록했던 최저치보다 0.50%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이라는 클라우디아 삼 전 연준 이코노미스트가 주장한 법칙)을 충족시켰으나, 경제활동참여율 상승 등 고용시장 구조적 변화와 낮은 수준의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 양호한 수준의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을 고려하면 경기가 크게 훼손되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한 연구원은 "고용시장 냉각으로 인한 미국 침체 진입 불안은 과도한 감이 있으며 최근의 주가 급락도 합리적인 매도보다는 투매에 가깝다"며 잭슨홀 회의와 엔비디아 실적 발표까지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짚으면서도 반도체와 조선 등 이익 모멘텀이 양호한 업종 중심으로 분할매수 전략을 권고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9배 이하로 밑도는 저평가 구간으로 진입했으며, 추후 2,600∼2,620선에서 지지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경기 침체 가시성이 낮은 것은 물론, 경기침체가 현실화하더라도 지금 당장 액션을 취할 필요는 없다. 경기침체가 현실화하는 데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며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유지하되 단 이틀 만에 글로벌 금융시장을 장악한 경기침체 공포심리는 역으로 투자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경기침체 공포가 진정되는 상황에서 9월 금리인하, 연내 3번 금리인하 가능성이 지속된다면 증시에는 우호적인 분위기로 전환될 것"이라며 빅테크주 하락의 주 원인으로 꼽히는 엔 캐리 트레이드도 1차 정점을 통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도체와 자동차 등 실적 대비 저평가 업종 중심으로 대응력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며 이들 업종이 분위기 반전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