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여행 환불 '지지부진'..."책임 떠넘기기"

입력 2024-08-04 18:34


티몬과 위메프가 법원의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에 돌입했지만 소비자 환불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특히 액수가 큰 여행상품과 상품권은 환불 책임 소재를 놓고 법리 검토가 진행 중이어서 소비자들이 속을 태운다.

최근 여신금융협회는 티몬·위메프의 여행상품과 상품권에 대해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에 법적 환불 의무가 있는지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금융당국도 법적 쟁점을 살펴보고 있다. 이에 여행상품과 상품권 환불은 당분간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여행상품 결제는 '여행사→티몬·위메프→PG사→카드사→소비자' 순으로 이뤄진다. PG사들은 판매 절차가 완료돼 여행이 확정됐다면 여행사가 환불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티몬·위메프 사태 피해자들의 오픈 채팅방에는 4일 "책임 떠넘기기 아니냐", "결국 우리(소비자)만 피해"라는 등 항의글이 쏟아졌다.

소비자와의 계약 당사자인 여행사가 환불 절차에서는 발을 빼고 재결제하라고 요구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위메프에서 노랑풍선의 괌 여행상품을 구입한 박모 씨는 "나는 노랑풍선이랑 계약한 것 아니냐. 자기들이 발권하겠다는 문자까지 보내놓고 인제 와서 환불은 위메프에서 받고 재결제를 하라니 말이 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사태 초기 PG사들이 한동안 카드 결제 취소를 막아 지금의 무더기 환불 지연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소비자 환불은 진행하고, 손실금은 PG사가 티몬·위메프에 청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토스페이 등 간편결제사들은 여행상품을 환불해주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피해자들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카드 결제나 무통장 입금을 한 피해자들은 "누군 받고, 누군 못 받고 이게 뭐냐", "페이도 해줬으니 카드는 당연히 해준다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결제 수단에 따라 환불 (여부가) 달라지는 건 말도 안 되는 것 같은데 이걸 대체 어디에다가 말해야 하나"는 등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관련 법리 검토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한국소비자원의 분쟁조정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으로 티몬·위메프에서 여행·숙박·항공권 환불을 못 받은 피해 고객의 집단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4천63건이다.

피해자들은 PG사와 카드사에 환불을 촉구하고자 행동에 나섰다. 피해자 10여명은 체감온도가 35도까지 오른 이날 정오께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앞에서 1인 릴레이 '우산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카드사와 PG사 간 계약 문제인데 왜 고객이 처리해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