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을 발표한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주가가 2일(현지시간) 50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전날보다 26.05% 폭락해 21.48달러(2만9천245원)에 장을 마감했다.
인텔이 뉴욕 증시 상장 후 3년 만인 1974년 31% 폭락한 이후 최대폭이다. 주가는 종가 기준 2013년 4월 15일(21.38달러) 이후 11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가총액도 1천억 달러 아래로 쪼그라들었다. 이날 기준 시가총액은 918억 달러(약 125조원)에 불과했다. 삼성전자 시총(3천875억 달러)의 4분의 1 수준이다.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20.42달러까지 떨어지며 20달러선도 위협을 받았다.
이날 폭락은 전날 부진한 분기 실적을 발표한 영향이다. 인텔은 2분기(4∼6월) 128억3천만 달러의 매출과 주당 0.02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 129억4천만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주당 순이익도 전망치 0.10달러를 밑돌았다.
인텔은 3분기에 125억∼135억 달러 매출에 주당 0.03달러의 조정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 143억5천만 달러에 주당 0.31센트의 순이익을 예상한 시장 전망치를 하회한 수준이다.
인텔은 100억 달러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직원의 15%인 1만5천명 이상을 감원하고, 4분기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고 연간 자본 지출도 20% 이상 줄이기로 했다.
인텔은 반도체 '메이드 인 USA' 정책을 내세운 미국 정부의 전폭적 지지를 업고 '반도체 왕국' 재건에 나섰지만, 목표 달성은 요원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회사 번스타인의 반도체 애널리스트인 스테이스 라스곤은 "우리가 볼 때 인텔이 당면한 문제는 이제 기업의 존재 기반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approaching the existential)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