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한국인 여성 살해한 노숙자 '종신형'

입력 2024-07-31 06:39


지난 2022년 2월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차이나타운에서 한인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20대 남성에게 종신형이 선고됐다.

3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지검 발표에 따르면 뉴욕주 지방법원은 크리스티나 유나 이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아사마드 내시(27)에게 이날 30년간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종신형(30 years-to-life)을 선고했다.

내시는 지난 2022년 2월 13일 새벽 4시 20분께 맨해튼 차이나타운에 있는 이씨(당시 35세)의 아파트에 따라 들어가 이씨를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내시가 귀가 중인 이씨의 뒤를 밟아 따라가는 장면은 아파트 복도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이씨는 아파트 출입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뒤를 바짝 쫓아온 내시가 문이 닫히기 전에 내부로 진입하면서 참변으로 이어졌다.

이씨의 비명을 들은 이웃이 새벽 4시 22분께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지만, 경찰은 신고 접수 후 1시간도 넘게 지난 오전 5시 40분에서야 현관문을 부수고 이씨 자택 안에 진입했다.

이씨는 욕실에서 최소 40군데의 자상을 입은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고, 경찰은 침대 밑에 숨어 있던 내시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체포 당시 내시는 인근 노숙자 쉼터에서 지내고 있었으며 2012년 이후 강도 등의 혐의로 최소한 10차례 이상 체포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내시에게 2급 살인죄와 성범죄 의도가 인정된 1급 주거침입죄를 적용했으나, 내시는 범행을 부인해오다 지난달에야 비로소 유죄를 인정했다.

일면식이 없는 노숙자에게 한인 여성이 주거지에서 무참히 살해당하는 비극이 벌어지면서 사건 직후 한인 교민사회는 물론 뉴욕 아시아계 지역사회 전체가 충격에 빠진 바 있다.

내시가 이씨를 살해하기 불과 5주 전에도 체포됐다가 보석금도 내지 않고 풀려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뉴욕주의 느슨한 보석 관련 제도의 개혁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럿거스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크리스티나는 디지털 음악 플랫폼 업체에서 선임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검장은 이날 성명에서 "이씨는 창의적이고 친절하며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으며 이씨의 죽음은 가족의 삶만 망가뜨린 게 아니라 지역사회전체에 지울 수 없는 충격을 남겼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