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선 충돌실험을 한 쌍(雙)소행성 디모르포스(Dimorphos)와 디디모스(Didymos)는 각각 30만년과 1천250만년 전 형성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디디모스 주위를 도는 디모르포스는 디디모스에서 떨어진 바위 등이 뭉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두 소행성 표면은 지지력이 약해 지구의 마른 모래나 달 토양보다 훨씬 푸석푸석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올리비에 바르누인 교수팀 등 5개 국제 연구팀은 31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NASA 쌍소행성 궤도수정 실험(DART)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논문 5편을 공개했다.
5개 연구팀에는 미국과 함께 독일·프랑스·스페인·스위스·핀란드·벨기에·이탈리아·일본·우루과이·체코 등 10개국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NASA는 2022년 9월 26일 지구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이 접근할 경우 우주선 등을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전략의 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해 약 1천100만㎞ 떨어져 있던 디모르포스에 무게 570㎏인 'DART' 우주선을 시속 2만2천㎞로 충돌시켰다.
디모르포스는 지름 160m, 질량 50억㎏의 작은 소행성으로, 지름 780m인 소행성 디디모스 주위를 11시간 55분 주기로 공전하고 있었다.
충돌 실험 결과 디모르포스는 궤도가 변하면서 공전 주기가 약 32분 단축된 것으로 나타나 우주선 충돌로 소행성 궤도를 수정하는 게 가능하다는 게 입증됐다.
가까운 우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쌍소행성계는 소행성의 특성과 형성 과정, 진화를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연구 대상으로, 과학자들은 DART 실험을 통해 쌍소행성계의 특성을 연구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바르누인 교수팀은 NASA의 DART 실험 데이터와 충돌실험 직후 부근을 비행한 이탈리아 큐브위성(LICIACube)이 촬영한 이미지를 사용해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의 지질학적 특징과 물리적 특성을 분석했다.
디디모스의 고지대에는 10~160m 크기 바위와 충돌구가 많은 반면, 저지대에는 큰 바위와 충돌구가 적고 표면이 매끄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디모르포스에서는 다양한 크기의 바위와 여러 개의 균열·단층, 충돌구 등이 관측됐다.
연구팀은 디모르포스는 디디모스에서 떨어져 나온 물질이 중력 영향으로 뭉쳐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표면 충돌구를 통해 나이를 분석하면 디디모스가 디모르포스보다 40~130배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의 나이는 각각 1천250만년과 30만년으로 추정됐다.
프랑스 툴루즈대 나오미 머독 박사팀은 디디모스 표면의 바위 위치 흔적을 이용해 표면 물질의 지지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디디모스 토양은 지지력이 지구의 마른 모래나 달 토양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INAF-파도바 천문대 마우리치오 파졸라 박사팀은 두 소행성 표면의 바위 크기, 모양, 분포 패턴을 분석, 디모르포스의 바위들이 여러 단계에 걸쳐 형성됐고 디디모스에서 직접 왔음을 시사하는 패턴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탈리아 INAF-파도바 천문대 앨리스 루체티 박사팀은 디모르포스 표면 바위의 균열들을 분석, 균열이 열 피로(thermal fatigue)에 의해 형성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는 암석형(S형) 소행성에서 열 피로에 의한 바위 파쇄 현상을 처음 발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툴루즈대 콜라스 로빈 박사팀은 디모르포스 표면에 있는 1.67~6.64m크기 바위 34개의 형태와 다른 소행성 탐사에서 연구된 이토카와·류구·베누 등의 표면 바위를 비교했다.
그 결과 네 소행성의 바위 형태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암석들이 뭉쳐 있는 이런 형태의 소행성들이 공통적인 형성 및 진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은 우주선 충돌 직전 쌍성계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이 연구가 소행성의 물리적, 지질학적 특성과 형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향후 소행성 탐사와 지구 방어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