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선진국중 거의 유일하게 0%대 기준금리를 유지하면서 엔화 가치가 낮은 수준으로 지속되었고, 이는 코로나 이후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것과 더욱 대비됐습니다. 그 결과 코로나 이전까지는 110~120엔 수준이었던 엔달러 환율이 지난 11일 직전 161엔을 기록할 정도로 엔화의 약세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뒤에 설명드릴 여러 이유로 최근 들어 매수세가 몰리면서 엔화가 갑자기 강세로 돌아섰습니다. 오늘 기준 달러당 엔화 환율이 153엔대를 기록했으니, 이달 들어서만 엔화 가치가 5% 가까이 오른 것입니다.
이와 달리 원화는 이 기간 거의 움직이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원화와 대비했을 때도 엔화 가치가 오른 것이 되면서 원엔 재정환율은 작년말 저점 851원에서 지난주엔 900원대로 올라섰습니다. 25일 장중엔 910원까지 터치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지난 7월 11일 일본 정부가 기습적 외환시장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이날 미국의 6월 CPI가 전달대비 0.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리인하 가능성이 가시화했는데 이때를 맞춰 달러를 팔고 엔화를 매수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또 내일과 모레, 일본은행(BOJ)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여는데, 여기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외환시장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치적인 이유도 있는데요, 미 유력 대선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달러와 엔화, 위안화 약세는 미국에 매우 불리한 것"이라며 일본을 압박하고 있고요, 또 일본 내에서도 9월에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당내 2인자인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이 "BOJ는 단계적인 금리 인상 검토를포함해 금융정책 정상화 방침을 더욱 명확히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는 등 일본 안팎에서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엔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 바로 전세계를 누비던 엔캐리트레이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는 건데요, 워낙 규모가 크다보니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엔화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곳에 투자해 그 차액을 노린 투자가 엔캐리트레이드인데, 이 자금 규모가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집계는 없지만 약 20조 달러 수준으로 짐작되고 있습니다. 한화로 따지면 무려 2경6700조원이 됩니다.
일례로 일본은 정책금리가 0~ 0.1%인데, 미국은 5.0~5.5%, 호주 4.35%, 멕시코 11.0%, 브라질 10.5%이니까 엔캐리트레이드가 각국 채권, 주식시장을 종횡무진할 수 있는 여건이었고요, 일각에선 금값, 가상자산에까지 스며들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또 최근 AI투자 열풍이 주춤하며 미국 기술주가 크게 출렁였는데, 엔화 하락과 기술주 상승에 투자한 일부 헤지펀드들이 엔화가 강세를 보이자 서둘러 포지션을 청산하면서 기술주 낙폭이 커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일본은 엔화 약세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등으로 수출기업 호조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금리인상이 필요성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1분기 GDP가 -0.5%로 나와 충격을 줄만큼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주장이 있습니다.
따라서, 금리를 올리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올린다 해도 0.25%p 수준이 아닌, 0.05%, 0.1% 수준일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이같이 전망하는 쪽에서는 최근 급등한 엔화가치가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다시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금정위에서 위원들의 기류와, 바로 다음날 미국 FOMC 결과가 전해지는데 여기에서 미국의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얼마나 언급되느냐 등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엔화 약세가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까지는 엔달러 환율이 110엔대 수준에서 움직였었습니다. 이에 비춰보면 현재 엔화가치는 반등을 했어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되고 있고, 앞으로의 흐름은 일본 내 상황뿐 아니라 미 대선 이후 정책에 따라 좌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