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에 AI 사용, 공여자 최적 이식 크기 계산한다

입력 2024-07-29 14:37
수동으로 측정하는 방식에서 AI가 계산


생체 간이식에서 공여자(이식받을 간을 제공하는 사람) 간의 크기·용량을 측정하는데 유용한 AI모델이 발표됐다.

유진수·오남기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 정우경·김재훈 영상의학과 교수 연구팀 발표다. 연구팀은 '국제외과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Surgery)' 최근호에 생체 간 공여자의 간 크기·용량을 CT 영상에 기반, 자동 측정하는 '간이식 AI모델'을 제시했다.

공여자의 간 크기와 용량 계산은 공여자의 안전 확보와 수여자의 건강 회복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공여자는 기증 후 간 크기가 기존의 최소 30% 이상을 유지해야 안전하며, 수여자는 자기 몸무게 대비 이식받은 간의 무게가 0.6 ~ 0.8%는 되어야 제대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공여자, 수여자 양쪽 모두에게 적정선을 찾아야 하는 셈이다.

이식외과 의사가 CT 영상을 기반으로 공여자의 간을 해부학적 구조에 따라 분할한 다음, 일일이 손으로 크기와 용량을 계산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사람이 직접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릴 뿐 아니라, 의사마다 주관적 판단에 따른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2022년 4월부터 2023년 2월 사이 삼성서울병원에서 공여자로 수술 받은 환자 114명의 데이터를 이용해 간이식 AI모델을 만들었다. 이들 중 103명의 자료는 간이식 AI모델의 학습용으로, 나머지 인원의 데이터는 예측값과 수술 후 실제 측정값을 비교하는 검증용으로 썼다. 환자들의 CT 영상 검사 결과는 3D 모델로 만든 다음, U-Net 기반 딥러닝 모델을 설계했다.

연구 결과, 의료진이 직접 측정한 결과와 AI모델이 측정한 결과의 유사도는 우엽에서 94%, 좌엽에서는 91%로 나타났다. 간의 용량 차이도 간이식 AI모델과 의사가 직접 측정 값의 차이도 평균 9.18ml로 낮았다.

환자 간의 용량 크기에 대한 변동성을 예측하는 결정계수(R²)를 비교한 값에서는 오히려 간이식 AI모델이 앞섰다. 간이식 AI모델의 결정계수는 0.76, 의사가 직접 하는 경우 0.68 수준이었다. AI모델이 실제 환자의 간의 용적이나 크기 등을 잘 구분해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간이식 AI모델의 가능성을 초기 단계에서 확인한 만큼, 이를 발전시켜 보다 정교한 범용 서비스로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수술 계획 소프트웨어는 전 세계 시장 규모가 1억 25백만 달러(2024년 기준, 한화 약 1,732억원)로 추산되고, 연 평균 6.6%씩 성장해 2030년께는 1억 83백만 달러(약 2,536억원)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경우, 간이식 수술시 3D 모델링 등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별도 수가를 인정받는다. 우리 나라에서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사용료 부담으로, 일부 대형병원에서만 이용 중이다. 규모가 작은 병원의 경우 비용 부담 탓에 소프트웨어의 도움 없이 수술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유진수 교수는 "이식외과 의사 1명이 담당해야 하는 환자 수가 증가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간이식 AI모델의 도움으로 수술에 집중할 자원과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으며 안전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한국은 전세계에서 간암 수술이나 간이식 수술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나라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은 자체 개발한 간이식 AI모델을 기반으로, 이 모델을 탑재한 수술 계획 소프트웨어를 서지컬마인드와 함께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