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입점 판매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역삼역 인근 한 건물 사무실에서 대책 회의를 개최한 가운데 "큐텐이 느닷없이 우리를 거지로 만들었다" "돈이 없어 7월 부가가치세도 못 냈다, 막막하고 두렵다"는 하소연이 쏟아졌다.
거액의 정산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 240여명은 단체카톡방을 만들어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날 대책 회의에 모인 이들 50여명이 정산받지 못한 금액만 어림잡아 1천억원 안팎에 이른다고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들은 이번 사태를 초래한 핵심 책임자로 티몬·위메프 모회사 큐텐의 구영배 대표를 지목했다. "구영배 대표와 회사 임원들을 즉각 출국금지하고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성토도 나왔다.
티몬·위메프에서 쌀을 판매해온 H사는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석 달간 판매대금 15억원을 받지 못했다. 이 회사 관계자 최모 씨는 "원래 우리는 티몬과 거래가 없었다"며 "4월부터 티몬에서 판매하는 상품에 역마진 쿠폰이 붙으면서 쿠팡과 G마켓(지마켓)의 판매율이 뚝 떨어졌고 그 와중에 중소기업유통센터를 통해 티몬에 입점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티몬에서의 6∼7월 두 달간 매출이 지난해 1년 치에 맞먹을 정도로 늘어나자 놀라 티몬 상품기획자(MD)에게 문의했더니 나스닥 상장을 위해 매출 규모를 키워야 하기 때문이라며 '괜찮다'고 말했다고 최씨는 말했다.
최씨는 "그때부터 티몬과 위메프에서 자금 경색 징후가 있었고 이를 막으려 무리한 역마진 쿠폰을 남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소기업유통센터라는 정부 기관이 주선한 플랫폼에서 눈 뜨고 코 베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하소연했다.
또 "큐텐이 느닷없이 우리를 거지로 만들었다. 중대형 셀러가 먼저 타격을 받았지만 앞으로 소형 셀러와 납품업자, 1차 생산업자에게까지 여파가 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5∼7월 전체 판매대금 미정산분이 1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파산하지 않으려면 당장 직원들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 우리는 물론 직원들의 삶과 직원들 부양가족의 삶까지 무너지고 있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명품과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J사 대표 박모 씨도 "우리와 상의 한마디 없이 모든 카테고리에서 최대 35%의 역마진 쿠폰이 붙었다. 100만원을 팔면 35만원을 손해 보는 구조였지만 강행했다"면서 "2013년부터 티몬과 거래를 해왔는데 6∼7월 매출이 지난해 1년치보다 많은 이상 현상이 나타난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부가가치세를 못 낼 정도로 형편이 어렵다. 직원이 많지 않지만, 급여는 줘야 하기에 밤잠을 설친다"며 "판매대금을 빼돌리지 않았다면 어느 통장에 있을 텐데 단 10원도 못 받는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정부의 책임도 크다는 성토도 나왔다.
생활용품 판매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10만원짜리 상품이 8만원에 판매가 됐다면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모니터링해 사태를 막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모바일 상품권 플랫폼 설루션 스타트업 P사를 운영하는 신모 대표는 "오픈마켓 PG와 '에스크로'(제3의 금융기관과 연계한 정산금 지급 방식) 관리·감독 책임은 금감원에 있다"며 "금감원이 감독을 철저하게 해 이런 사기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H사 관계자 최씨는 "정부에서 우리 빚을 갚아줄 순 없겠지만 당장 직원들 인건비라도 줄 수 있게 긴급 대출을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다른 판매자는 플랫폼에서 받아야 할 정산대금을 담보로 한 선정산 대출의 상환 연장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