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일 아닌 오버투어리즘...관광지 '몸살'

입력 2024-07-27 08:47
수정 2024-07-27 13:41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가 된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지난 22일 만난 호주 관광객 빈 핸더슨(46)씨는 먹다 남은 호떡을 한 손에 든 채 난감해했다. "어느 것이 재활용 쓰레기통인지 한글을 읽을 줄 모르니 도저히 구분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의 앞에 놓인 2개의 쓰레기봉투 중 왼편에는 '일반쓰레기', 오른편에는 '재활용품'이라고 적혀 있지만 양쪽 모두 플라스틱 컵과 빨대, 종이컵, 꼬치, 휴지가 뒤섞여 구분이 무색했다.

핸더슨씨는 "2개로 구분돼 있으니 하나는 재활용 봉투로 짐작되지만 정확히 알 수는 없다"며 "아들도 나처럼 헷갈려 하더라"고 했다.

광장시장 다른 곳에 있는 쓰레기통도 음식물이 남은 일회용 컵이 일반쓰레기와 재활용품 쓰레기봉투 모두에 들어가 있었다. 분리수거도 안되는 와중에 시장 곳곳에 관광객이 버린 크고 작은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서울의 대표적 관광지들이 쓰레기 투기로 골치를 썩고 있다.

26일 새벽 쇼핑 명소인 중구 명동 지하쇼핑센터 입구에는 '쓰레기 무단투기는 범죄행위입니다'라는 안내판이 무색하게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거리 곳곳의 쓰레기 더미에 휴지나 음료수 캔, 아이스크림 막대 같은 쓰레기를 더 올려놓는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 행인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외국인이 자주 찾는 북촌 한옥마을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25일 한옥마을 곳곳에 심심찮게 쓰레기가 눈에 들어왔다. 골목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이나 다 마시지 않은 플라스틱 물병들이다.

한 중국인 관광객은 "쓰레기를 버리려고 해도 골목 입구를 제외하고는 쓰레기통이 없었다"며 "물기가 있는 쓰레기는 들고 다니거나 가방에 넣기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 구청 안내원은 "근무하면서 틈틈이 외국인들에게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가져가 달라고 안내한다"고 말했다.

쓰레기통을 마냥 늘릴 수도 없는 것이 관광지에 설치되면 그곳에 쓰레기가 집중돼 주변 상인이나 주민에게서 민원이 빗발친다.

서울시는 쓰레기 종량제 도입 이후 무단투기를 막기 위해 공공 쓰레기통을 줄였다가 도시 미관 개선을 위해 2013년부터 매년 쓰레기통을 다시 늘렸다. 다만 각 자치구마다 여건에 따라 상황이 다르고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으로 관광지의 쓰레기 문제가 대두되자 점포 쓰레기는 배출 점포로 돌려주는 방법이 해결책으로 꼽힌다.

강원 강릉시와 강릉중앙시장 상인회는 지난해 10월부터 전통시장인 중앙시장 등지에서 쓰레기통을 없애고, 발생한 쓰레기는 구매한 점포로 되돌려주는 운동을 펼쳤다.

동참 점포에는 업주 얼굴 캐리커처가 담긴 인증 패널을 부착하고, 참여 고객에게는 무료 향초 만들기 이벤트 등을 제공했다.

일부 국가 관광객은 분리수거 자체를 잘 모르거나 낯설어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광객 분리수거를 돕기 위해 한글과 외국어를 병기하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사전 안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관광객에게 친환경 정책을 충분히 설명하면 흔쾌히 따라 할 것"이라며 "분리배출 행위를 한국 문화 체험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