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재편 제동...관건은 주가

입력 2024-07-26 17:29
수정 2024-07-26 19:37

두산그룹 지배구조 재편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불공정합병 논란에 주주들의 반대여론이 거세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까지 나섰습니다. 자세한 내용 산업부 고영욱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고 기자, 두산그룹 지배구조 재편안부터 뜯어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합병하는 내용입니다.

3단계에 거쳐서 분할합병 작업이 진행되는데요. 첫 번째 장표가 현재 지배구조입니다. 여기서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우선 현재 두산밥캣의 모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를 인적분할합니다.

원전, 가스터빈 등의 플랜트 사업을 하는 존속법인은 그대로 두고 투자사업법인을 새로 만들어 떼어냅니다. 비율은 8대 2입니다.

이때 투자사업법인이 자회사 두산밥캣 지분을 다 들고 나옵니다.

2단계로 두산로보틱스와 새로 만든 투자사업법인을 합병합니다. 합병 비율은 투자사업법인이 6, 로보틱스가 5입니다. 이 과정에서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가 됩니다.

마지막 3단계는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합병하는 겁니다. 둘 다 상장회사이기 때문에 두산밥캣 소액주주들의 주식을 로보틱스가 모두 사들이는 형태로 진행합니다.

현금을 주고 사는 건 아니고요. 밥캣 주식을 로보틱스 주식으로 바꿔줍니다. 이 때 비율이 1대 0.63입니다.


논란이 되는 내용은 이 두산밥캣 주식과 두산로보틱스 주식의 교환 비율이 불공정하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비슷합니다. 문제는 수익성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두산밥캣은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넘게 벌어들이는 회사입니다. 두산로보틱스는 100억원 대 적자인 회사고요.

그런데 심지어 두산밥캣 1주를 주면 두산로보틱스 0.63주로 바꿔주겠답니다. 지금 돈 잘 버는 회사 주식을 주는데 그 대가로 돈 못 버는 회사 주식을, 그것도 개수가 모자르게 받는 겁니다.

수익성만 놓고 보면 거꾸로 된거죠. 로봇산업이 전도유망한 성장사업이긴 합니다만 당장 납득하기 어려운 제안이죠. 여기서 1차적으로 주주들이 화가 난거고요.

그 다음에 지배구조를 재편하면 결과적으로 어떻게 되느냐. 지주사 두산을 기준으로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이 기존 14%에서 42%로 3배 늘어납니다.

이 모든 과정이 반대 없이 진행되면 돈 한 푼 안들이고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올라갑니다.

기업 거버넌스 관련 사단법인 관계자의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천준범/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주)두산 입장에서는 거래 전에 14%였던 실질 지배력이 42%로 그냥 증가하는데 현금 비용이 하나도 들지 않습니다. 이게 지배력의 문제만은 아니에요. 2023년에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약 35억 달러가 있습니다. 4조 6천억이 남아있는 회사예요. (10%빼고) 다 배당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다 이익을 보는 게 결국은 일반 주주한테서 온 거예요.]

여기다가 조금 전 공시로 두산밥캣에서 횡령 및 배임 혐의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정적 여론이 한층 커질 전망입니다. 규모는 수십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두산그룹은 왜 이렇게 구조를 만들었답니까. 입장이 궁금하군요.


일단 논란이 되는 주식 교환비율부터 말씀드리면 자본시장법(자본시장법 시행령 176조의5)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저도 샅샅이 찾아봤는데 적힌대로 안하면 오히려 불법입니다.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을 합병하지 않고 그대로 자회사로 둘 수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향후 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생깁니다.

이 경우 두산밥캣이 지주사 두산의 손자회사가 되는건데, 손자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하려면 지분 100%를 사야한다는 공정거래법상 규정 때문입니다.

효율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최대주주 지분만 사오면 되는데, 손자회사면 불필요하게 큰 돈을 써야하는 겁니다.

두산 측이 밝힌 지배구조 재편 목적은 사업 시너지를 높이고 성장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두산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합병기업의 가치가 올라가면 주주가치도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소액주주 이익은 뒷전이고 대주주 지배력만 강화한다", "밸류업 시대에 역행한다"는 등의 도의적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두산그룹이 과거 OB맥주와 두산주류를 합병할 때도 불공정합병 논란이 나왔는데 또 이런 일이 벌어졌군요. 당국이나 정치권에선 어떤 움직임입니까. 불법이 아니라는 걸로 다는 아니지 않습니까.


일단 정치권에선 이른바 ‘두산밥캣 방지법’이 나왔습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고요.

골자는 기업간 합병시 합병가액을 공정하게 정하고, 진짜 공정한지 입증 책임을 기업이 지는 내용입니다.

또 금융감독원에서도 제동을 걸었는데요. 분할합병에 관한 정정신고서를 내라고 요구했습니다.

합병시 예상되는 위험이나 합병 목적, 수익성 변화 등의 내용이 부실하니 채워 넣으라는 겁니다.

다만 합병논란의 핵심인 주식 교환비율에 대한 지적은 없었습니다. 자본시장법에 따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합병이 마음에 들지 않는 주주들은 어떻게 해야하나요.


이번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쓰면 됩니다. 분할합병을 진행하는 3개 회사가(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 두산밥캣) 반대 주식 사들이고 소각할 예정입니다.

권리주주 확정은 오는 29일입니다. 9월 25일부터 10월 15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권리주주가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팔고 나가더라도 그 주식 산사람에겐 청구권이 없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두산그룹은 청구금액이 일정 이상(두산에너빌리티 0.6조원, 두산로보틱스 0.5조원, 두산밥캣 1.5조원) 들어오면 분할합병을 재검토한다는 계획입니다.

매수예정가격은 보시는 표와 같고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 주가가 매수예정가보다 낮으면 주주들이 청구권을 행사해 이번 분할합병이 무산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소액주주 비중 가장 높은 곳은 두산에너빌리티(64%)인데 재검토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도 가장 낮아 지배구조 재편 과정의 핵심 될 전망입니다.


그렇군요.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