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거용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세계 평균과 비교했을 때 크게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24일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명목 주거용 부동산 가격지수는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142.9(2010년=100)로 집계됐다.
집값이 2010년과 비교해 42.9% 올랐다는 의미다.
이는 BIS 자료에 포함된 59개국 중 48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세계 평균인 190.2는 물론이고 선진국 평균(178.2)이나 개발도상국 평균(202.6)보다 한참 낮았다.
한국의 명목 가격지수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3분기 121.7을 기록한 뒤 가파르게 상승해 2022년 3분기 말 154.1까지 치솟았다.
이후 하락세로 전환해 올해 1분기 말(142.5)까지 6분기 연속으로 내렸다. 1분기 말 수치는 현재까지 23개국만 집계된 상태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잘 알려진 튀르키예는 지난해 4분기 말 2,480.4로, 2위인 칠레(344.2)를 크게 앞서는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아이슬란드(330.4), 인도(328.0), 에스토니아(316.7), 헝가리(286.1) 등이 뒤를 이었다.
반대로 이탈리아는 92.0으로 59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주거용 부동산 가격이 2010년보다 오히려 8.0% 하락한 셈이다.
키프로스(93.9), 그리스(102.3), 모로코(104.1), 핀란드(110.4), 스페인(110.8) 등도 집값이 내렸거나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낮은 국가에 속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주거용 부동산 가격지수의 경우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한국은 지난해 4분기 말 109.3으로, 59개국 중 43위에 그쳤다. 세계 평균(123.0)을 비롯해 선진국 평균(132.3)과 개도국 평균(115.8)보다 낮았다.
이 실질 가격지수는 지난 2017년 1분기 말 103.7로 바닥을 찍고 반등해 2021년 4분기 말 126.1까지 올랐다가 차츰 하락세를 나타냈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통화 완화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주거용 부동산 가격 상승률보다 크게 뛴 결과로 분석된다.
물가를 감안하더라도 튀르키예가 245.2로 다른 나라들보다 월등히 높았고, 칠레(198.7), 아이슬란드(198.0), 에스토니아(189.9), 이스라엘(178.0) 등의 순이었다.
반면, 러시아(66.4)는 59개국 중 가격지수가 가장 낮았고, 이탈리아(71.5), 루마니아(74.2), 키프로스(79.2), 모로코(80.9) 등이 뒤를 이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코로나19 이후 저금리에 따른 과잉 유동성 장세가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면서 주거용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유독 오른 아파트뿐 아니라 다른 형태의 주거용 부동산이 통계에 모두 포함된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