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법인세와 상속세 등 세금 높이는 미처분이익잉여금

입력 2024-08-01 16:38
법인의 당기순이익이 꾸준히 발생한다면, 이익잉여금도 자연스레 몸집을 불리게 된다. 손익계산서상 당기순이익은 재무상태표의 이익잉여금이라는 자본 항목으로 표기된다. 이 금액은 배당 재원으로 활용돼야 하지만, 이익금을 외부로 유출하지 않고 법인 내에 유보하면 미처분이익잉여금이라는 항목으로 처리된다.

법인의 수익이 꾸준히 발생하고 실제로 이익금이 많다면, 자기자본비율을 증가시켜 재무구조가 탄탄해지는 장점이 있다. 이는 외부의 긍정적인 평가를 유도하고 투자가치가 있는 기업으로 보이게 한다. 만일 법인의 배당 가능 이익과 소득세율을 감안해 배당정책을 실현한다면, 절세효과를 얻으며 이익금을 환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법인은 과도하게 계상된 이익잉여금이 장부상에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이익잉여금은 당기순이익 중 사외로 유출하지 않고 법인에 유보된 누계액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당 금액만큼 법인에 현금이나 금융자산이 있다는 뜻이 아니다.

즉, 현금성 자산을 제외하고도 시설투자, 재고자산, 매출채권 등의 형태로 녹아 있어 인지하지 못한 미처분이익잉여금이 있을 수 있으며, 매출을 과도하게 높이거나 비용을 누락시켜 가공이익을 만들어낸 비정상적인 미처분이익잉여금이 있을 수 있다.

더욱이 과도하게 누적된 미처분이익잉여금은 법인세와 상속세 및 증여세의 원인이다. 주식 매매 사례가 없는 비상장법인의 경우에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을 통해 주식가치를 평가하게 된다. 이때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의 가중평균 가액을 적용하기 때문에 누적된 이익잉여금이 순자산가치를 높이게 되고, 지분가치가 높아져 세금 부담을 키운다. 특히 과세표준 30억 원을 초과하는 상속 및 증여세는 막대한 세금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부실자산 처리에 따른 기업의 인수합병을 방해하고 기업 신용도 하락의 원인이 되어 입찰 및 수주 문제, 횡령 및 배임 등의 위험을 야기한다.

제조업을 하는 K사의 박 대표는 건강 악화로 폐업을 결정하게 됐다. 하지만 약 20억 원의 미처분이익잉여금이 주주 배당으로 간주돼 의제배당에 걸려 막대한 세금을 납부해야 했다. 박 대표는 은퇴자금으로 마련해뒀던 건물까지 급매처분해 세금을 납부했다.

식품가공업을 하는 L사의 고 대표는 꾸준히 당기순이익을 올리고 있었고, 미처분이익잉여금의 대부분을 금융자산에 투자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과세당국의 세무조사를 받았고, 중과세를 물게 됐다.

이처럼 과세당국은 미처분이익잉여금이 과도하게 누적된 기업을 비정상적으로 보고 있어 세무조사를 진행할 확률이 높다. 과도하게 누적된 미처분이익잉여금은 상속, 증여, 양도 등의 지분이동 이슈가 있을 때 과도한 세금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정리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자사주 매입 후 이익소각의 방법으로 미처분이익잉여금을 정리할 수 있고, 직무발명보상제도의 보상금 지급이나 특허권 자본화 과정에서 미처분이익잉여금을 상계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정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처분이익잉여금의 특성과 규모를 파악하고 기업 상황에 맞는 방법을 찾아 적법하게 정리하는 것이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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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작성] 최난주 /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 컨설팅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