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명의신탁자와 수탁자 간 분쟁, 거액의 세금 낼 수 있다

입력 2024-07-31 11:18
명의신탁주식으로 인한 분쟁 잦아
소유자 확인제도 활용도 도움
제조업을 하는 J사의 서 대표는 가업승계를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회사 지분 일부를 서류상 지인 명의로 등재했는데 이를 본인 또는 자녀의 명의로 변경해야 하는지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명의를 변경하는 순간 거액의 증여세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서 대표가 지인의 명의로 지분을 나눈 것은 주식 명의신탁에 해당한다. 본인의 지분을 타인의 명의로 등재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결정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족에게 지분이 몰려 있으면 세제상 불리하다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세법은 지분이 여러 명에게 분산된 기업에게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또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분 일부를 지인이 매입한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여성 기업 혜택을 받기 위해 여성의 명의로 기업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각기 다른 목적으로 명의신탁주식을 활용하고 있지만, 업력이 오래된 법인의 경우 상법상 발기인 수 규정에 의해 명의신탁주식을 발행하기도 한다. 2001년 7월 23일 이전에는 상법 규정에 따라 발기인이 3인 이상일 때 법인 설립이 가능했다. 하지만 상법 개정 후 발기인 제한 규정이 삭제되고 2014년부터 차명거래 금지법이 시행되자 거의 모든 명의신탁 행위가 법적 제재를 받게 됐다.

상법 개정 전 명의신탁주식을 발행한 기업의 경우에는 ‘명의신탁주식 실제 소유자 확인 제도’를 통해 비교적 간소화된 절차와 서류로 명의신탁주식을 환원할 수 있다. 다만 필수 제출 서류가 부실하거나 명의수탁자와의 관계가 어긋난 경우라면 또 다른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

이외에도 명의신탁주식으로 인한 분쟁은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명의수탁자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거나 신용불량으로 명의신탁된 주식이 압류되는 상황도 있다. 명의수탁자가 사망하는 경우 상속인이 명의신탁된 주식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소송을 불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명의신탁자와 수탁자 간에 분쟁이 벌어지면, 국세청이 명의신탁주식의 존재를 인지해 거액의 증여세와 가산세를 추징당할 수 있다. 또한 가업승계 시 정부의 지원혜택을 받지 못하는 등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이렇듯 명의신탁주식은 언제 어느 때고 실소유자로서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고, 법인의 모든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으므로 하루라도 빨리 환원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일 것이다.

만약 명의신탁주식 실제 소유자 확인 제도 활용이 불가능한 경우라면,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 또는 제3자에게 주식을 양도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거래 사실관계를 양도거래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 또 다른 명의신탁주식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계약 해지로 명의신탁주식을 정리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객관적 사실관계를 입증하지 못하면 양도소득세 회피 수단으로 간주되거나 해지 시점의 추가 증여로 간주되어 해지 시점의 주식평가액을 기준으로 과세될 수 있다. 특히 형식적인 거래로 판단될 경우 증여세 과세로 확대될 위험이 있는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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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작성] 오동진, 김화영 /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 컨설팅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