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축구팀, 프랑스팀 비하 노래 '떼창'

입력 2024-07-20 06:37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이 프랑스 축구대표팀을 비하하는 내용의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노래를 '떼창'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6일 '미주판 월드컵' 대회인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한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이 버스로 이동하던 중 프랑스 선수들을 비하하는 노래를 불렀다.

그 와중에 엔소 페르난데스 선수(첼시 소속)가 자신의 SNS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켰다가 이 모습이 고스란히 방송된 것이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부른 노래는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팬들이 프랑스 선수들을 조롱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프랑스 대표팀 선수들의 부모가 나이지리아, 카메룬 등 아프리카계이며, 킬리안 음바페(레알 마드리드 소속)는 성전환자와 사귄다는 내용이다.

이에 프랑스 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첼시 구단은 성명을 내고 페르난데스 선수에 대해 징계하겠다고 알렸다.

페르난데스 선수는 다음날 개인 SNS에 해당 영상에 대한 사과문을 올리며 "모욕적인 표현이 포함된 노래를 부른 것에 대해 변명의 여지는 없지만, 그 노래가 나 자신의 신념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변명했다.

훌리오 가로 체육차관보는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가대표팀 주장인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와 아르헨티나 축구협회 회장(AFA)이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가 그날 해임됐다.

그러자 빅토리아 비야루엘 아르헨티나 부통령은 개인 SNS에 "그 어떤 식민주의 국가도 축구 노래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실을 말한다고 해서 우리를 협박할 수 없을 것이다. 분노하는 척하지 말라, 위선자들. 엔소, 난 당신 편이다"라고 적으며 대표팀을 감쌌다.

비야루엘 부통령은 몇 년 전 BTS를 '무슨 의료보험이나 성병 이름 같다'고 조롱한 전적이 있다.

이후 아르헨티나 주재 프랑스 대사가 디아나 몬디노 외교부 장관에게 항의한 것이 알려지면서 외교문제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였다.

다음 주 밀레이 대통령의 프랑스 공식 방문을 준비 중인 아르헨티나 정부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대통령의 여동생이자 막강한 권력자인 카리나 밀레이 대통령 비서실장이 프랑스 대사에게 부통령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마누엘 아도르니 대통령실 대변인은 1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부통령의 의견은 아르헨티나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카리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해당 발언에 관해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아르헨티나 정부는 스포츠 열정과 외교 문제를 혼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지 매체 엘테스타페는 "프랑스측의 요청도 없는데,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사관을 방문해 개인적으로 사과를 했다는 대통령실 대변인의 설명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카리나 비서실장과 비야루엘 부통령 간의 내부 권력 싸움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