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옵션 만기, 스몰캡 종목에 대한 과매수 우려 등의 영향으로 주요 4대 지수가 일제히 조정을 받았다. 세계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업체인 대만 TSMC의 호실적에도 엔비디아, 브로드컴을 제외한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이 이틀째 급락을 이어갔다.
현지시간 18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전날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던 다우존스 지수는 하루 만에 533.06포인트, 1.29% 급락한 4만 665.02포인트로 밀렸다. 빅테크 기업들이 포진한 나스닥 지수는 125.7포인트, 0.7% 내린 1만 7,871.22에 그쳤고, S&P500 지수는 43.68포인트, 0.78% 하락한 5,544.59로 거래를 마쳤다. 소형주로 구성한 러셀2000 지수도 1.85% 밀려 이틀째 약세를 보였다.
● "AI 반도체 수요 강력"…TSMC가 살린 엔비디아
대만 TSMC는 지난 2분기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수요로 월가 예상치를 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TSMC는 지난 2분기 매출액이 6,735억 1천만 대만 달러, 약 28조 5천억 원으로 전년대비 40% 증가했다. 순이익은 2,478억 대만달러, 우리 돈 10조 원규모로 같은기간 36% 급증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시장분석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 평균은 매출액 6,575억 대만달러, 순이익 2,361억 달러에 불과했다.
웨이저자(魏哲家) TSMC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3㎚(나노미터)와 5㎚ 공정 반도체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2분기 사업을 뒷받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과 고객들이 자신의 디바이스에 AI를 탑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웨이저자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를 언급하며 "매우 매우 빠듯한 공급 상황에 있다"면서 "2025년까지 공급 부족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TSMC는 오는 가을 아이폰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인 애플과 블랙웰 차기 아키텍처 공급에 나선 엔비디아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TSMC가 제시한 향후 실적 전망치도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TSMC는 이번 3분기 매출액은 달러 기준 224억~232억 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를 통해 언급한 대만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압박에 대해 웨이저자 회장은 "해외 팹을 확장하거나 변경할 계획은 없다"며 "애리조나, 구마모토, 향후 유럽에서 계속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TSMC는 미국 반도체법에 따라 66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2030년까지 애리조나에 반도체 팹을 확장할 예정이다.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터뷰 이후 미중간 반도체 갈등 우려에 급락했던 엔비디아는 TSMC의 실적 발표 영향으로 이날 2.63% 오른 주당 121.09달러를 회복했다. TSMC의 미국 예탁증서 가격도 0.39% 올랐다. 다만 AMD(-2.3%), 마이크론(-1.7%), ARM홀딩스(-2%), ASML(-0.83) 등 전반적인 반도체주 주가 흐름은 약했다.
브로드컴은 오픈AI가 서버용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을 논의했다는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지의 보도 영향으로 2.9% 뛰었다. 보도에 따르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올해 TSMC 등과 새로운 AI 반도체 생산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구글의 텐서 프로세서를 개발한 전 직원을 채용하는 한편 맞춤형 반도체를 설계하는 브로드컴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로드컴, TSMC 등은 해당 보도에 응답하지 않았다.
주요 기술 기업 가운데 첫 2분기 실적을 공개한 넷플릭스는 시간외 거래에서 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2분기 매출액 95억 6천만 달러, 주당순이익 4달러 88센트로 시장 예상치인 95억 3천만 달러, 4달러 74센트를 넘어섰다. 광고 시청을 조건으로 가격을 낮춘 구독 요금제 가입자는 34%, 805만 명 증가했다. 다만 유료 가입자 순증가 속도가 지난해 3분기 비밀번호 단속 이후 기저 효과도 둔화될 수 있다는 발표와 매출 전망치가 시장 기대치를 소폭 하회했다. 이로 인해 실적 발표 직후 4% 넘게 밀렸던 주가는 오후 6시 30분 현재 약 0.15% 오른 가격에서 움직이고 있다.
● 쉬어가는 대형 순환매..메타, AR 깜짝 호재
기술주에 몰렸던 투자 수요가 소형주로 재배분되는 대형 순환매장은 분기점에 도달했다. 매달 셋째주 금요일에 진행하는 옵션만기 영향으로 기관 등이 미리 차익실현에 나서는 등 가격 변동이 하루 종일 크게 나타났다.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로 불리며 수혜주로 꼽혀온 금융, 제약, 부동산, 인프라 기업 상당수가 이날 하락을 보였다. 애플은 -2%, 홈디포는 -1.5%,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가 하루 만에 3%씩 내렸다. 일라이릴리는 전날 스위스 제약사 로슈의 먹는 비만약 임상 1상 성공 소식까지 더해져 하루 만에 6.26% 내렸다. 전날까지 이틀간 온라인 할인 판매 신기록을 쓴 아마존도 2.22%로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메타는 증강현실(AR) 기기 사업 확장 기대에 3% 뛰었다.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메타는 레이밴 선글라스를 보유한 에실러룩소티카 그룹과 지분 3~5%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최대 주택 건설사인 D.R.호튼은 고금리로 인해 구매자들에게 인센티브를 늘렸음에도 총 마진이 24%로 전분기 23.2%보다 상승한 영향에 10% 뛰었다. 반면 도미노피자는 일본과 프랑스 등 매출 둔화로 해외지점 확장 계획을 보류해 13% 급락했고, 노바티스와 애보트는 호실적에도 각각 폐암 치료제 임상 중단, 코로나19 진단 매출 급감 영향에 4%씩 내렸다.
● 금리인하 변수 줄고 있다…굴스비, '긴축이 황금경로의 리스크'
미국의 노동시장을 매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노동부의 주간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시장 예상보다 높았다. 지난 12일 기준 23만 4천 건으로 올해들어 완만한 실업자 증가를 보였고, 2주 이상 실업에 놓인 신청자들도 186만 7천 건으로 예상치 186만 건을 소폭 상회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주요 인사들은 연일 금리인하와 관련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이날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금리인하 여건이 되느냐고 묻는다면, 인플레이션 2% 경로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굴스비 총재는 지난해 직업 언급한 경기 침체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물가가 내려가는 '황금 경로'를 위협할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지금의 제한적인 통화정책이 그러한 리스크일 수 있다"며 금리인하 필요성을 시사했다.
시장은 연준의 금리인하가 오는 9월부터 최대 3차례 연이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전날까지 랠리를 이어오던 채권시장은 간밤 유럽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에 금리를 동결하고, 자금시장의 급격한 랠리 후유증으로 되돌림이 나타났다.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이날 오후 5.2bp 오른 4.197%에 거래됐다.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국제 금가격도 이날 0.58% 내린 트라이온스당 2,445.70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 인도분은 0.65% 내린 배럴당 82.31달러로 숨고르기를 이어갔다.
(뉴욕=김종학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