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금, 원유..39세 부통령 후보의 포트폴리오 [글로벌마켓 A/S]

입력 2024-07-17 07:36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전날 워싱턴D.C. 경제클럽에서 지난 2분기 물가 진전을 인정한 뒤 오는 9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예상이 굳어지고 있다. 뉴욕증시는 금리인하 이후 숨통이 틔이게 될 소형주, 실적 압박에 시달려온 제조, 부동산, 인프라 관련 기업에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또 다시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현지시간 16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하루 만에 742.26포인트, 1.85% 뛰어 4만 954.48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S&P500 지수 역시 전 거래일보다 35.98포인트, 0.64% 오른 5,667.2포인트로 기록을 썼고, 나스닥은 36.77포인트, 0.2% 상승한 1만 8,509.34로 장을 마감했다.

마라톤디지털, 인스메드를 비롯한 소형주 2천개 종목으로 구성되어 있는 러셀2000 지수는 이날 76.65포인트, 3.5% 뛴 2,263.67로 2022년 1월 이후 최고치에 올라섰다.



● 대형 은행주 바닥 다졌다..뱅크오브아메리카 5% 급등

올들어 신고가 랠리를 보이던 엔비디아와 반도체주, 알파벳, 메타 등이 주춤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덜 오른 다우 구성종목과 소형주가 눈에 띄는 상승을 보였다. 항공 사고 등 악재에 시달려온 보잉이 이날 3.8%, 실적 악화를 겪어온 나이키도 2% 뛰었고, 캐터필러와 홈디포, 월마트 등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단일 가격으로 다우 지수 산정에 영향력이 가장 큰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이날 시장 예상을 넘어선 실적으로 6.5% 강세를 기록했다. 유나이티드헬스는 이번 실적발표에서 올해 초 자회사 체인지 헬스케어의 랜섬웨어 공격으로 의료 서비스가 마비되면서 복구와 보상 비용이 실적을 잠식할 거란 우려를 지웠다.

유나이티드헬스는 체인지 헬스케어 사고 수습으로 연간 주당순익에 1.9달러~2.05달러 감익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반영한 순이익 가이던스는 15.95~16.40달러, 일회성 요인을 뺀 조정 주당순익은 27.50달러에서 28달러로 유지하면서 시장 전망을 상회했다.

은행주는 실적이 엇갈렸다. 미국 2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 2분기 매출액은 255억 4천만 달러. 주당순이익이 83센트로 월가 컨센서스를 3센트 웃돌았다. 투자은행과 자산관리 등 은행 전 부문이 고루 실적 호전을 보였다. 투자은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한 15억 6천만 달러의 수수료 수익을 냈고, 자산관리는 14% 증가한 33억 7천만 달러를 거뒀다.

은행의 핵심인 순이자수익은 138억 6천만 달러로 전년대비 3% 감소했지만 월가 전망을 넘어섰고, 가이던스를 높여 오는 4분기 145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브라이언 모이니한 최고경영자는 "두 분기 연속 10억 달러 이상 매출을 기록하면서 영업과 트레이딩 부분이 훨씬 안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주 가운데 찰스 슈왑이 이날 10% 넘게 하락해 가장 부진한 기록을 남겼다. 찰스 슈왑은 지난 분기 순이자수익이 21억 6천만 달러로 전년대비 6% 줄어 시장 컨센서스를 밑돌았다. 또한 신규 브로커리지 계좌수는 98만 5천 개로 기대치인 104만 개보다 적었다. 월터 베팅거 최고경영자는 "보다 작은 은행으로서 고객의 은행 거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자본 집약도를 낮춰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발언으로 수익 악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 암호화폐 시장에 훈풍..비트코인 보유한 공화당 대선 러닝메이트



암호화폐 시장은 전날 오후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수석 ETF 애널리스트가 소셜미디어 X에 남긴 글로 들썩였다. 발추나스는 "미 증권거래위원회가 오늘 한 발행기관에 S-1 최종 서류에 의견이 없다고 회신했다"면서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다음 주 화요일 상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날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가 비트코인 옹호 발언을 남긴 것에 이어 시장의 유동성 유입 기대가 이어지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제미니는 이와 관련 이더리움 현물 ETF에 초기 6개월간 최대 50억 달러의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전망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로 인한 시장의 기대도 이어졌다. 전날 오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이자 부통령 후보로 J.D. 밴스 상원의원이 지명된 이후 그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투자자들의 화두에 올랐다. 밴스 의원은 역대 미 대선 후보자들 가운데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보유한 인물이다.

미 상원의원 재정공시(United States Senate Financial Disclosures)에 따르면 밴스 의원은 지난 22년말 기준 코인베이스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 10만 달러(약 1억 3,800만 원)에서 25만 달러(약 3억 4천만 원) 상당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SPDR 금 상장지수펀드(GLD), 프로셰어즈 K-1프리 원유 ETF (OILK) 등도 보유하고 있다. OILK 상장지수펀드는 K-1 세금 신고가 필요없고, 여러 만기의 원유 선물을 묶음으로 투자하는 이점을 갖고 있다.

그외에 밴스 의원은 SPDR S&P500 ETF(SPY)와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1, SPDR 다우존스 지수 ETF(DIA)에 50만 달러(약 7억 원)에서100만 달러씩(약 13억 8천만 원) 투자해왔고, 개별 종목은 22년도에 스팩(SPAC) 상장한 기업이자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가 초기 투자한 럼블, 유통기업인 월마트 등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신을 '암호화폐 대통령(Crypto President)'이라며 지지를 호소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음주 27일 내슈빌에서 열리는 암호화폐 컨퍼런스에서 유권자들을 향한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 잘 꺾이지 않는 소비..시장 영향은 미미



이날 미국 경제 지표가 여럿 공개됐지만 시장 파급력은 작았다. 무게감 있는 지표였던 6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예상보다 강한 수치를 보이면서 국채금리가 잠시 뛰었지만 이내 하락으로 돌아섰다.

미국의 6월 소매판매는 전월과 동일했는데, 월가 전망은 마이너스(-) 0.3%로 크게 둔화할 것으로 봤다. 또한 근원 소비자물가 역시 0.1%를 전망했지만 발표치는 0.4%로 보다 강했다. 다만 미국의 소매판매는 지난 2월 이후 완만한 속도로 둔화하는 경로는 유지했다.

비슷한 시각에 나온 미국의 6월 수출입 물가지수는 인플레이션 둔화에 힘을 실었다. 원유 등 에너지 가격 하락의 여파로 수입 물가는 전월대비 0.0% 보합에 그쳤다. 예상치는 0.2%였다. 수출 가격지수도 마이너스(-) 0.5%로 예상치 -0.1%를 크게 밑돌았다.

기업 도매재고는 전월대비 0.5%로 예상 0.4%를 0.1%포인트 웃돌았고, 소매재고는 0.6%로 전월 0.8%보다 둔화했다. 이러한 지표들은 전반적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 경로에 들어가지 않고 물가 둔화가 가능하다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

미 연준의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는 "지난 석 달간의 물가 지표에서 보여주듯 인플레이션 둔화는 더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며 "몇 건의 고용보고서에서도 고용은 둔화하면서도 경제 회복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쿠글러 이사는 "이러한 상황이 발전하면 올해 말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 시점을 보다 구체화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가 시장 참가자들의 선물 거래를 통해 집계한 페드워치(FedWatch)는 이제 9월 금리 인하 확률을 100%로 보고 있다. 25bp(1bp=0.01%) 인하 확률은 95.28%, 50bp 가능성을 4.72% 반영하고 있다.

한편 국제 금값도 금리인하로 인한 달러화 가치 하락 예상과 각국 중앙은행의 수요에 대한 기대로 강세를 보였다.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1.86% 오른 트라이온스당 2,474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