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점유율 80%…조선업 '수직계열화'

입력 2024-07-15 16:34
수정 2024-07-15 16:35
공정위, HD한국조선해양·STX중공업 결합 '조건부 승인'


HD한국조선해양의 STX중공업 인수에 '조건부 승인' 결정이 내려졌다. 이로써 HD한국조선해양은 엔진 부품 시장의 80%, 선박용 엔진 시장의 70%를 차지해 1위 자리를 굳히는 한편 조선업 수직 계열화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의 주식 35.05%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다만 3년간 선박용 엔진 부품(CS)의 공급 거절 금지, 최소물량보장, 가격 인상 제한, 납기 지연금지 등의 시정조치가 달렸다.

이번 결합은 선박과 선박용 엔진, 엔진 부품 등 조선업 전반을 수직계열화한 HD한국조선해양이 선박용 엔진 및 엔진 부품 사업자인 STX중공업을 인수하는 내용이다. 공정위는 엔진 부품과 선박용 엔진 간 수직결합, 선박용 엔진 간 수평결합, 선박용 엔진과 선박 간 수직결합 등 유형별로 경쟁 제한 가능성을 검토했다.

우선 엔진 부품과 선박용 엔진 간 수직결합과 관련해 결합회사가 경쟁 엔진사에게 핵심 부품인 크랭크샤프트를 공급하지 않는 경우, 엔진 생산에 중대한 차질이 예상된다. 국내 크랭크샤프트 제조사가 HD한국조선해양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과 STX중공업의 자회사 KMCS, 두산에너빌리티 등 3곳이기 때문이다.

국내 엔진 제조 시장은 HD현대중공업, 한화엔진, STX중공업 등이 경쟁 중인데, 한화엔진은 크랭크샤프트의 80%가량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나머지 20%를 KMCS에서 공급받고 있다. 합병 이후 KMCS가 한화엔진에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중단하면 한화엔진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나아가 한화엔진의 생산량이 줄면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과 STX중공업이 직·간접적인 이익을 보게 되고, 조선업 전반의 공정한 경쟁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앞선 결합 승인 조건을 달고,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필요시 기간을 연장하도록 한 배경이다.

공정위는 선박용 엔진 간 수평결합과 선박용 엔진과 선박 간 수집결합에 대해서는 경쟁제한 우려가 낮다고 판단했다. 한화엔진이라는 경쟁사가 있어 담합을 통한 가격 인상 등 경쟁 제한 행위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결정은 HD한국조선해양이 내건 '친환경 엔진 투자 등을 통한 전 세계 엔진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라는 결합 목적은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경쟁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업 및 관련 중간재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