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가 왜 여기에?"...먹이 찾아 도심행

입력 2024-07-13 08:53


한반도 전역에 서식하는 갯과 야생동물 너구리는 검은 수염, 동그란 귀, 긴 주둥이가 특징이다. 몸무게는 4∼10㎏ 정도 나가며 몸길이는 40∼68㎝까지 자란다.

다양한 서식지 유형에 적응할 수 있으며 먹이도 가리지 않는 너구리는 최근 도심에서 목격된 일이 잦아졌다. 13일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6∼10월 서울 은평구 녹번동, 강남구 대모산, 중랑구 봉화산, 성동구 서울숲 등 59개 지역에 센서 카메라 203대를 설치해 관찰했는데, 25개 자치구 중 24개 자치구에서 너구리가 포착됐다.

서울야생동물구조센터가 구조한 너구리도 2018년 49마리에서 작년 80마리로 63.3% 증가했다.

지난 11일 찾은 양천구 서서울호수공원에는 곳곳에 '너구리가 살고 있어요'라고 적힌 현수막이 보였다. 1시간 정도 공원을 탐방하는 동안 너구리는 8마리나 마주쳤다. 1m 이내 거리까지 접근해도 도망가지 않았다.

너구리들은 정자 밑에 누군가 놔둔 고양이 사료를 먹고 있었다. 공원에 종종 산책하러 온다는 조모(73)씨는 "여기 오면 먹을 게 있다는 걸 아니깐 너구리가 모인다"며 "고양이 사료를 놔두는 공간에 와서 먹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구원도 지난 3월 발표한 '서울 도심지 출몰 야생 너구리 실태조사 및 관리 방안' 보고서에서 "고양이 먹이터가 설치된 구간에서 너구리 촬영 빈도가 높았다"며 너구리가 고양이 사료를 주요 먹이원으로 삼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불법개발과 벌채 등은 기존 자연생태 서식지를 파괴해 환경을 기회주의적으로 활용하는 너구리의 도심지 내 유입을 더욱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의 너구리가 과도하게 많아지면 보건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개선충에 감염된 너구리와 접촉하면 가려움증이 나타날 수 있고, 2013년 이후 발병 기록은 없지만 인수공통감염병인 광견병이 전파될 수 있다.

광견병은 뇌염과 신경 증상 등 중추신경계 이상을 일으키며 치사율이 높은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서울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도심 너구리 출몰 빈도를 낮추려면 산림과 하천 등 주요 서식지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먹이원 관리를 위해 캣맘 등록제 등을 도입해 길고양이 급식소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는 연합뉴스에 "인간이 너구리에게 가하는 자극, 대표적으로 먹이 주기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너구리가 사람을 공격하지 않더라도 반려동물에게 강한 공격성을 보이기 때문에 실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