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결국 자진 사퇴?… 美 47대 대선 여파는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4-07-08 07:59
수정 2024-07-08 08:32


‘제47대 대통령’으로 향하는 미국의 대선 일정이 1차 TV 토론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코커스(당원만 참여), 프라이머리(당원과 주민 함께 참여)를 통한 제1라운드 ‘인물 검증’ 단계에서 민주당은 조 바이든,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대로 양당 후보로 결정됐다. 전당 대회에서 최종 추인되면 제2라운드인 ‘정책 대결’이 본격화된다.

11월 5일 대선 일까지 지속될 정책 대결을 거쳐 누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인가는 당사국인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의 최대 관심사다. 엎치락뒷치락 했던 두 후보 간 여론조사 지지도도 1차 TV 토론을 계기로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전당대회 직전에 의외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바이든 후보에게는 그렇다.

전당 대회 이후 더 구체화될 경제 분야 공약에서 종전에 볼 수 없었던 것은 전반적으로 ‘극우 혹은 진보’ 성향이 높아진 점이다. 인물 검증 단계부터 미국 국익 회복에 초점을 맞춘 두 후보의 민족주의 정책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두 후보 모두 부유세 도입에 찬성하거나 조세회피 방지에 강한 의지를 내비친 공약이 대표적이다.

법인세는 기업가 출신답게 트럼프는 미국이 다시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바이든은 법인세율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조세회피목적으로 기업이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국적 포기세(Expatriation Tax)’를 도입할 것이라는 종전의 공약을 다시 들고 나오고 있다.

오히려 법인세보다 소득세 분야에서 양 후보의 입장 차가 극명하게 대립되고 있는 것이 종전의 대선에서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현상이다. 트럼프 후보는 소득세는 완전히 폐기하겠다는 공약을 1차 TV 토론 직전에 발표했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현행 소득세 체제를 유지하되 초부유층에게는 증세하겠다는 입장이다.

세제 공약 이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화폐개혁이다. 트럼프는 ‘금본위제 부활’을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미국 중앙은행(Fed)가 달러화 공급 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금값이 올랐던 것도 이 요인이 한몫했다. 하지만 절대적인 금 공급량 제한과 금 보유국에게 또 다른 특혜가 집중된다는 점에서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바이든 후보는 현행 달러화 체제를 유지하되 디지털 환경에 맞춰 ‘디지털 달러화(CBDC)’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Fed도 디지털 통화 시대가 닥칠 것에 대비해 오래전부터 대책반을 구성해 준비해 왔다. 디지털 달러화가 도입되면 정착단계에 들어가고 있는 디지털 위안화 간 또 다른 형태의 기축통화 전쟁이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민 정책에 대해서 바이든은 ‘포용’, 트럼프는 ‘철퇴’ 방침을 내세워 대조적이다. 트럼프는 멕시코 국경에 대형 장벽을 설치해 신규 불법 체류자를 원칙적으로 봉쇄하겠다는 방침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모든 무슬림 입국을 금지시키겠다는 입장도 밝혀 벌써부터 국제테러단체(미국 내 자생적 테러단체 포함)의 공적이 되고 있다.

대내 공약에서는 두 후보 간 의견을 같이하는 분야가 보건복지 공약이다. 미국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료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골격은 같다. 하지만 트럼프는 2012년부터 오바마 대통령이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의료보험을 가입해야 하는 ‘오바마케어(PPACA)’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경쟁 촉진을 통해 약값 하락 등을 유도해 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바이든은 오바마케어는 더 강화해야 한다는 반박한다.



[표 1 : 주요 이슈 별 각 후보 성향 종합 평가] / [출처 : Inside Goverment]

대외통상 분야는 보후주의 색채를 더 강화하자는 데 두 후보가 기본적으로 의견을 같이 한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보호주의’, 공화당은 ‘자유무역주의’를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 오히려 트럼프는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무역협정(TPP) 등 기존의 대외통상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해 전 세계인을 긴장케 하고 있다.

일본, 멕시코, 대만, 한국 등 대규모 대미국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에 대해 최대 45%에 해당하는 ‘고관세(high tariff tax)’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서슴없이 밝히고 있다. 또 이들 국가 통화 가치의 대폭적인 평가절상을 요구하는 등 환율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 국민의 실질소득이 정체된 것은 자유통상정책의 피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나온 극단적인 공약이다.

특히 경제패권을 다투는 대중국 공약에서는 차이가 난다. 바이든은 트럼프 정부 1기 때 대중 정책인 나바로 패러다임은 실패한 것으로 간주한다. 자신이 취임하기 직전 중국의 GNI는 미국의 75%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4년 전 골드만 삭스 등은 2027년에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시진핑 주석의 팍스 시니카 야망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패권을 중국에 넘겨준다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최대의 굴욕이다. 바이든 집권 4년 내내 중국의 존재를 전제로 대중국 견제 수위를 높이는 ‘설러번 패러다임’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다른 입장이다. 자신이 재집권한다면 중국의 존재를 완전히 부인하는 나바로 패러다임을 재추진하겠다고 입장이다. 대중국 관세만은 100%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비롯한 전통적인 동맹국에 대한 정책도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바이든은 ‘함께 강해진다(Stronger Together)’는 공생적 슬로건이다. 반면 트럼프는 ‘위대한 미국을 재창출하자(Make America Great Again)’는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히틀러식 국수적인 슬로건을 내걸고 동맹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국 주둔 미군에 대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한국 정부가 100% 방위비 부담을 하지 않을 경우 완전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 미국 국익 확보에 최우선순위를 두는 ‘먼로주의’의 부활이다.

미국 대선은 크게 세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공약에서 나타난 각종 정책, 선거 모금액, 대선 당시 집권당의 경제성과다. 정책대결은 바이든이 유리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트럼프는 정책적으로 여전히 ‘준아웃 사이더’로 취급받고 있지만 바이든은 ‘정책이 몸에 밴 배터랑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외교 안보 분야는 그렇다.

선거 모금액은 바이든이 압도적으로 많다. 트럼프가 부유세 도입, 월가 개혁 등을 주장해 공화당 전통적인 지지층인 금융인, 기업인, 부자 계층의 이익을 대변해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지지층이 반대당인 바이든에게 모금액을 몰아주는 것도 종전 대선에서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현상이다.

대선 당시 집권당의 경제성과도 바이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집권당의 경제성과는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로 평가한다. 실업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더해 산출하는 경제고통지수는 트럼프 집권 때보다 떨어졌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체감경기가 개선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선일 직전 달에 ‘옥터버 서프라이즈(octorber surprise)’, 즉 의외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특히 그렇다.

조 바이든, 도널드 트럼프. 11월 5일에 치러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세계 경제와 한미 관계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 때는 ‘안미경중(安美經中)’, 윤석열 정부 때는 ‘안미경미(安美經美)’로 미국과의 관계가 경제패권을 다투는 두 국가를 줄타기 했던 우리로서는 차기 미국 정부에서 가져올 변화에 미리 대책을 세워놓아야 한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사진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