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원문입니다.)
Q. 원자재 인사이드 시간입니다. 오늘은 어떤 주제 갖고 오셨죠?
= 오늘 주제를 말씀드리기 앞서, 요즘 아파트 청약 붐이 다시 오르고 있다고 하는데, 앵커님도 좀 어떻게 관심 가지고 계신가요?
Q. 관심이야 당연히 가지고 있지만, 마음 같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거의 하늘의 점지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 뭐, 그렇죠. 자고 나면 오르는 아파트 가격처럼, 주택 가격 상승은 비단 국내 이야기만은 아닐 겁니다. 미국 주택 가격은 공급 부족으로 올해 5%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하는데요, 오늘 살펴볼 주제는, 대표적인 건자재, 바로 원목입니다.
Q. 원목은 보통 집값과 직결이 되어 있고, 또 집값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그러니까 미국의 기준금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지 않습니까? 연준의 금리인하 향배를 두고 요즘 시장의 방향성도 갈리는 만큼, 함께 짚어보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먼저, 원목 가격 추이부터 짚어주시죠?
= 네, 원목 선물은 지난 금요일, 2% 넘게 하락하며 보드피트 당 446달러로 마감했는데요, 635달러 50센트 부근에서 고점을 찍었던 지난 3월 중반 이후 약 27% 가까이 낮아진 셈입니다. 보통 계절적인 차원에서 봄은 ‘주택 시장의 봄’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만큼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기 시작하면, 새로 집도 많이 짓고, 다른 집으로 이사도 많이 가고, 인테리어도 많이 하고, 주택 시장이 활성화되는 게 일반적인데요,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Q. 주택 공급이 줄면서 목재시장에도 영향을 미쳤겠네요?
= 네 맞습니다. 북미 목재시장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대표 업체인 랜덤 랭스가 주간 단위로 발표하는 프레임용 제재목 복합 가격은 지난주, 1TBF, 즉 1,000 보드피트 당 336달러로, 4년래 최저치까지 밀려났는데요, 2021년 9월에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가 955달러 정도라고 하니, 현재는 약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 겁니다. 역시나 랜덤 랭스가 집계하는 미국 남부 소나무 종합 가격도 지난주 335달러로, 팬데믹 이후 최저치로 기록됐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의 북미 목재 생산량 비율을 기준으로 산출되는 매디슨 목재 가격 지수도 전주 대비 약 2.5% 하락하며 한 주 만에 약 10달러 정도가 빠졌는데요,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목재 업계의 불황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며, 관련 기업들의 실적 부진, 또 매출 급감으로 인해 임금을 지불하기 어려워지는 등의 문제로 인해 인력 이탈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Q. 한때 원목 시장이 상당히 잘 나가던 때도 있지 않았습니까?
= 네, 맞습니다. 팬데믹 당시죠. 팬데믹 때 다른 시장들은 다 불황이었다면 원목 시장은 초기 충격 이후 중반부터는 꽤나 호황을 누렸습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외출하는 일도 적어졌고요, 또 해외여행을 가지도 못했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화장품이나 명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현저하게 줄었었습니다. 대신 집에 오래 머물다 보니 더 예쁘게 꾸며놓고 살자는 의미에서 리모델링이나 인테리어에 사람들이 돈을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5월 7일자 정도 기준으로만 봐도, 원목 선물이 1,686달러 수준까지 높아졌거든요. 지금은 446달러니까, 거의 4분의 1토막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요. 하지만 ‘팬데믹’이라는 이벤트가 주는 효과가 어느정도 사라지고, 연준의 금리인상이 본격화되자 고금리로 함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최근 2년간 7% 내외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는 지지난주에는 6.86%였다면 지난주 금요일 장 기준으로는 6.95%를 나타냈습니다.
Q. 그렇군요. 원목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 배경에 구체적인 지표를 예로 들어주시겠습니까?
= 네, 일단 미국의 5월 신규 주택 착공이 전월 대비 5.5% 줄어든 128만 건으로, 2020년 6월 이후 4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향후 착공을 예측할 수 있는 5월 건축 허가도 3.8% 줄어든 139만 건으로, 역시나 4년래 최저치였습니다. 착공이나 허가 건수 감소는 단독 주택, 그리고 공동주택 모두에서 나타났는데요, 단독주택 허가는 4개월째 줄어 1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로 나타났습니다. 주택 착공이 많이 줄었다는 건, 올해 초 안정을 보였던 주택 건설 시장이 다시 위축되고 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반증인데요, 미국의 주택 완공 건수나 공사 중인 주택 세대도 2022년 9월 이후 최저치까지 밀려났고요, 이중 특히 단독주택은 올해 들어 가장 적었습니다. 미국의 5월 잠정주택판매도 전월비 2.1% 하락하며 예상을 크게 하회했습니다. 이에 대해 BMO 캐피탈은 미국의 주택업이 팬데믹으로 인한 셧다운 이후 최근 가장 부진한 수준으로 떨어진 건 긴축 정책 때문이라며, 연준의 금리인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한 건데요, 짐 토빈 미국 주택건설업협회 회장 역시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7%대 달하는 고금리가 주택 시장의 최고의 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Q. 이 주택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까지도 확대되고 있다는 말은 무슨 말입니까?
= 팬데믹과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이라는 두 가지 빅 이벤트를 주택시장이 경험하며,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 중 하나가 양극화 현상입니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완공된 미국 주택의 약 89% 이상이 고급주택이라고 하는데요, 전체적인 주택 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고급 아파트 시장은 여전히 활황인데, 저렴한 아파트 시장은 공급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겁니다. 있는 사람들은 더 좋은 곳으로 가려고 하는데, 저소득층의 주거 불안정만 심화되고 있다는 거죠. 미국 정부도 이를 인지했는지, 2025년까지 100만 채의 임대 주택을 완공할 것이라고 발표했고요,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 지원 같은 정책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Q. 원목 선물의 전망과 투자해보면 좋을 관련주도 함께 짚어주시죠.
= CNBC 등 외신에선 원목 선물이 단기적인 관점으로 볼 때는 추가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때문이 아니더라도 주택시장 침체로 인한 목재의 공급과잉 이슈 역시 문제라는 건데요, 연준이 금리인하를 단행하며 금리 우려가 완화된다고 해도,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습니다. 다만 야후 파이낸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목재 가격의 반등, 그리고 주택 개조업체, 홈디포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추천했는데요, 팬데믹 당시, 그러니까 약 4~5년 전 붐이 불었던 주택 리모델링 시즌이 곧 다시 다가올 것이라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4~5년 전쯤 인테리어를 했던 집이 다시 낡아지면 곧 다시 인테리어를 다시 할 정기적인 시기가 올 것이라며, 미국의 주택 리모델링 비용은 연간 1조 달러가 넘어가기 때문에, 짧게 본다면 부정론이 더 맞겠지만, 길게 본다면 낙관적으로 보는 것도 충분히 괜찮다고 전했습니다.
최보화 외신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