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민심 "무능한 보수 심판"…정권 교체

입력 2024-07-05 07:50


4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총선이 제1야당인 노동당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집권 보수당 참패에 따른 14년만의 정권교체로 귀결된 곳은 지난 보수당 정권 14년간 삶의 질이 급락했다고 여기는 지치고 분노한 민심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AP통신은 출구조사 직후 "보수당에 대한 분노 속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노동당 압승이 예고됐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2016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 유럽연합(EU)과 오랜 협상을 거치며 혼란을 겪었다.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는 급등했고 재정 압박 속에 공공서비스는 악화했으며 이주민은 사상 최다로 급증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지난 5월 말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3%가 영국의 현재 상태가 2010년보다 나쁘다고 답했다.

상태가 14년 만에 악화했다고 보는 분야도 광범위했는데 생계비용(85%), 공공의료인 국민보건서비스(NHS·84%), 이민 제도(78%), 경제(78%), 주거(72%), 치안(71%)이 나빠졌다는 여론이 특히 거셌다.

민심 이반에 따른 보수당 심판론이 일찌감치 확산한 가운데 리시 수낵 총리가 지난 5월 22일 7월4일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극적 반전은 없었고 수낵 총리의 '정치적 도박'은 실패로 끝났다.

유럽 재정위기, 극우 포퓰리즘 발호, 선진국으로의 이주민 급증을 거치며 유럽연합(EU) 회의론이 대두하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보수당 정부는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며 2016년 브렉시트를 국민투표에 부치고 EU 잔류 진영을 이끌었지만 패배했다.

이후 출범한 테리사 메이, 보리스 존슨 정부는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끌어오는 데 집중했으나 협상은 순탄치 않았고 당내 분열도 극심했다.

코로나19 봉쇄 기간 국민은 고통받는데 총리실에서 잔치판이 벌어졌고 존슨 전 총리가 이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인 '파티 게이트'가 터졌다.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재정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대규모 감세 정책을 내놓았다가 세계 금융시장에 혼란을 촉발, 취임 49일 만에 사임하며 '양배추 총리'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을 얻었다.

'40대 기수'인 리시 수낵 총리는 2022년 10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6년 만에 4번째 총리로 취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했으나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지 못한 채로 조기 총선을 치렀다.

유고브의 5월 조사에서 응답자의 67%가 2010년 이후 보수당 정부가 해온 국정 운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2019년 총선에서 보수당을 찍은 응답자의 경우에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47%에 달했다.

세라 B 호볼트 런던정경대 교수는 최근 외신기자협회 브리핑에서 "파티게이트, 트러스 총리 단명, 물가급등, NHS, 생활비 위기, 미미한 브렉시트 혜택, 높은 수준의 이주민 유입 등 일련의 '능력 쇼크'(competence shock)로 보수당이 노동당에 대해 가졌던 우위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