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서 4만여년 전 데니소바인 뼈 발견"

입력 2024-07-04 06:22


티베트고원 한 동굴에서 4만여년 전 살았던 고대 인류 데니소바인(Denisovan)의 유골과 이들이 도축한 동물들의 뼈가 발견돼 화제다. 연구진은 이는 데니소바인이 뛰어난 환경 적응력을 보이며 이곳에서 후기 플레이스토세(Late Pleistocene)까지 살았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프리도 벨커르 교수와 중국 란저우대 장둥쥐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4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서 티베트고원 바이시야 카르스트 동굴에서 발견된 뼛조각 2천500여개를 분석, 데니소바인 뼈와 도축된 다양한 동물 뼈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데니소바인은 시베리아 알타이산맥 데니소바 동굴에서 처음 발견된 고대 인류로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까지 유라시아 동부 대부분 지역에 퍼져 살았던 네안데르탈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알타이산맥부터 티베트고원, 인도차이나반도 등까지 분포했던 것으로 추정되며, 티베트 바이시야 카르스트 동굴은 1980년 16만년 전에 살았던 데니소바인 턱뼈 조각이 발견된 곳으로 유명하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바이시야 카르스트 동굴에서 나온 뼛조각 2천500여개를 분석했다. 뼛조각 대부분은 너무 파편화돼 있어 형태학적으로는 어떤 동물의 것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들은 뼈에 들어있는 콜라겐의 아미노산 서열 차이를 바탕으로 뼈가 어떤 동물의 것인지 판별하는 질량분석에 의한 동물고고학(ZooMS) 기법을 사용했다.

분석 결과 뼛조각 대부분은 히말라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염소의 일종인 티베트푸른양(bharal)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다른 뼛조각에는 야생 야크, 말, 멸종된 털코뿔소 같은 대형 초식동물과 점박이 하이에나 같은 육식동물, 작은 포유류, 조류 등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동 교신저자인 장둥쥐 교수는 "동물 종들을 보면 당시 주변은 작은 숲이 있는 넓은 초원이었던 것 같다"며 "이는 데니소바인이 왜 이곳에 거주했는지, 수십만 년간 어떻게 살 수 있었는지에 대한 부분적인 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많은 뼛조각에는 뼈로 만든 도구로 고기를 발라낼 때 생긴 절단 자국이 남아 있었고, 이런 자국은 작은 포유류와 조류의 뼈에도 있었다.

데니소바인은 뼈에서 고기를 발라낸 뒤 골수를 빼내고 가죽을 벗겨 활용했으며 뼈는 도구 제작 재료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는 데니소바인 식단의 다양성과 행동 및 생활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들이 가혹하고 변화무쌍한 환경에 대한 뛰어난 적응 능력을 갖추고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이 동굴에서 4만8천년에서 3만2천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데니소바인 갈비뼈 조각을 발견했다.

이는 데니소바인이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유라시아 대륙에 흩어져 살던 시기인 후기 플레이스토세까지 이곳에서 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동 교신저자인 프리도 벨커르 교수는 "데니소바인은 두차례 빙하기와 그사이 따뜻한 간빙기에도 비교적 안정적 환경을 제공한 이곳에서 살았다"며 "남은 의문은 티베트고원에서 데니소바인이 언제, 왜 멸종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