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시기가 도래하면서 카드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이 개편된 지난 2012년 이후 정부가 3년 주기로 매번 수수료율을 인하했기 때문이다. 카드수수료율 원가를 책정하는 곳은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한 만큼,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도 거세진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시기에 맞춰 카드수수료율 적격비용 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위는 2012년 이후 3년에 한 번씩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마케팅비용 등 적격비용을 산출해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을 조정해왔다.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은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연매출 2억 원 이하의 영세가맹점의 우대수수료율을 1.5%로 규정했다. 이후 3년 마다 적격비용 재산정 작업이 이뤄졌고, 지난 2021년까지 카드수수료율은 총 14차례 인하됐다. 현재는 영세가맹점의 연매출 범위가 3억 원 이하로 확대됐고, 우대수수료율은 0.5%까지 내려갔다.
잇따른 카드수수료율 인하로 카드사의 본업인 결제사업이 쪼그라들자, 금융위는 지난 2022년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도개선안 논의에 돌입했다. 당초 지난해 말 적격비용 산정방식에 대한 재점검과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총선 등 이슈가 겹치며 미뤄졌다.
금융위는 적격비용 산정 주기를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방안과 카드사와 가맹점, 카드소비자를 위한 상생발전 방안 등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카드수수료율이 단 한 번도 오른 적이 없는 만큼, 적격비용 재산정제도 자체가 카드사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이처럼 적격비용 재산정을 통해 3년에 한 번씩 카드수수료율을 규제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국제적으로 가맹점수수료 규제는 국가별 카드산업의 발전형태나 정책적 목적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가맹점수수료 중 일부인 정산수수료에 대해서만 법률에 따라 규제하는 것이 해외 주요국의 공통적 특성이다.
The Nilson Report에 따르면 실제 미국과 유럽, 호주의 경우 정산수수료만 규제를 받고, 매입수수료와 가맹점수수료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종 가격인 가맹점수수료를 직접 규제하는 것은 시장에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해외의 정산수수료 상한 산정주기 역시 호주 이외에는 1회성, 또는 비정기적인 주기를 갖고 있다. 호주의 경우에도 3년 마다 변경 필요성을 검토하지만 실제로는 필요시에만 변경이 이뤄진다. 별도의 법적 근거 없이 관례에 따라 3년 주기로 재산정을 시행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카드사의 영업환경이 악화되자, 이는 곧 소비자 피해로 직결됐다. 과거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최장 12개월까지 무이자 할부를 제공했으나, 지난 2022년 이후 카드사들은 비용 절감을 이후로 무이자 할부 축소에 나섰다. 소비자 혜택이 많아 일명 '알짜카드'로 불렸던 카드도 줄었다. 지난해 8개 카드사에서 단종된 신용·체크카드 수는 458종으로 전년보다 4배 가량 늘었다.
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은 "2021년 이후 금리 상승으로 카드사의 자금조달과 위험관리 비용이 늘어났지만 적격비용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 하고 있다"며 "정부가 결정하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유지는 향후에도 정부의 정책 개입만 심화시킬 가능성이 큰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