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4천여개 의약품의 약값이 인하됩니다.
실제 의약품 거래 가격을 반영한 것으로, 인하 폭은 최대 10%에 달하는데요.
의정 갈등 장기화에 경찰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 수사, 여기에 약가인하까지 더해지면서 제약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박승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올해 1분기 기본의약품 사용금액 감소에도 양호한 실적을 시현한 국내 제약업계.
하지만 지난 4월부터 본격화된 의료공백이 고스란히 반영된 2분기부턴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최근 서울대병원 등 국내 빅5 가운데 3개 병원이 휴진을 유예하기로 했지만, 진료 축소의 형식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원내 의약품 처방 감소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이미 서울대병원이 경영난에 의약품 유통사에 지급해야 할 의약품 대금을 3개월 연기한 상황.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이들과 거래 비중이 높은 제약사 역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A제약사 관계자 : 장기적으로 가면 아무래도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겠죠. 도매상 측에서도 저희한테도 대금을 늦춰지는 것이다 보니까…]
잊을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의사를 상대로 한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 역시 부담입니다.
정부와 의사 간 대립이 제약사 리베이트 의혹 수사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영업에 힘을 실어온 제약사들은 파장 확산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겁니다.
더 큰 고민은 다음달 시작되는 '약가인하'.
다음달부터 4천여개 의약품의 약 값이 평균 1.06% 인하됩니다.
낮은 인하 수준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제약사의 입장에선 계속된 약가인하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수익성 저하를 넘어 인하율이 높은 폼목의 경우 품목 포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B제약사 관계자 : 만약에 수지타산이 안 맞으면 (의약품) 품목허가 취소도 할 수 있는 것이고… 품목 구조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의정갈등 장기화로 가뜩이나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연구개발(R&D)과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다수 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 의약품을 팔아 번 돈으로 신약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약가인하가 이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 : 혁신의 가치를 인정하는 신약은 지속적으로 우대하고, 혁신에 대한 부분에서 조금 낮은 제네릭은 재정에 기여할 수 있게 만들어 혁신을 창출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정갈등, 불법 리베이트 의혹 수사 여파에 약가인하까지.
연이은 악재에 제약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박승원입니다.
편집 : 권슬기, CG : 김민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