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한국은행을 향해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면서 한은이 곤혹스러운 모습입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모습이지만 정부와 여당은 고금리 기조가 내수확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농림축산식품부까지 가세해 한은과 물가 공방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김채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우리나라 식료품과 농산물 가격은 해외보다 얼마나 비싼 것일까.
한국은행은 OECD 38개 국가 중 가장 비싼 편이라고 했고, 정부는 19위 수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물가를 보는 지표의 기준이 달라 서로 입장이 엇갈린 겁니다.
농산물 가격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데이터를 참고해 누적된 ‘물가 상승률’을 봤고, 한은은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 자료를 보고 ‘물가 수준’을 판단했습니다.
농식품부가 본 누적 ‘물가 상승률’과 한은이 물가 보고서에서 제시한 ‘물가 수준’은 서로 다른 개념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입니다.
[박창현 / 한국은행 물가동향팀장 : (농식품부에서는) 최근의 누적 상승률로 보면 우리가 높지 않은 수준을 얘기를 하신 거고, 저희 쪽에선 물가 수준 자체를 얘기한 거다. 예를 들면 피자가 지금 2만원이고 미국 1만 5천원이면 2만원과 1만 5천원을 비교한 거지 누적 상승률로 비교한 게 아니다.]
한은은 통화정책으로 물가 수준 자체를 낮추기는 어렵다며 농산물 수입 카드를 꺼내들었는데, 사과 등 수입금지 품목들의 수입을 개방해 농산물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수입을 늘린다고 가격이 내려가는 건 아니라며 농산물 물가도 3월 정점을 기록한 후 하향하는 추세라고 봤습니다.
고물가 인식에서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정부와 여당에서 조기 금리인하론까지 주장하고 있어 한은은 곤혹스러운 입장입니다.
결국 한은이 금리인하의 필수 조건으로 보고 있는 물가 안정을 위해선 농산물 가격 안정이 시급한데, 이를 위해선 단기 대책과 중장기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석병훈 /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 안정적으로 농산물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수입을 통해서 농산물의 공급을 일정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고요. 중장기적으로는 스마트팜을 확장한다든지 농민들을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농산물 일부 품목의 수입을 확대해 공급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정책 수단까지 확보된다면 한은도 금리인하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입니다.
한국경제TV 김채영입니다.
영상편집 : 김정은
CG : 김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