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독장비 없이 화성 화재 투입"...경찰관 '폭로'

입력 2024-06-25 17:52


지난 24일 31명의 사상자가 나온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화재 현장에서 현직 경찰관들이 상부 지시로 방독장비도 없이 근무했다는 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가 되고 있다.

25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경찰기동대 소속 경찰관이라고 밝힌 A씨가 "화성 화재 현장에 나갔던 경찰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경찰기동대 직원들을 화재연기, 유해물질로 오염된 현장에 효과도 없는 KF94 마스크를 쓰고 들어가라며 사지로 내몰고,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료받아 보라는 무책임한 지휘부는 그저 고위직이 현장 방문하는 것에 (대응하는 데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휘부는) 아무런 방독, 방화 장비도 없이 밥 먹는 시간 빼고 근무를 세웠다"며 "고위직이 방문할 때 전부 의미 없이 길거리에 세워 근무시키고, 그분들이 가고 나면 그때 서야 다시 교대로 돌려 근무를 시키는 게 무슨 의미인가. 그저 보여주기로 밖에 안 보인다"고 비난했다.

A씨는 "근무를 시킬 거면 최소한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지급하고 시켜달라"며 "그저 청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직원을 현장으로 내모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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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청은 전날 화재가 발생하자 낮 12시 기동대 1개 중대(70여명)를 현장에 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이튿날인 이날 오전 7시까지 철야 근무를 하고 다른 기동대와 교대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발생 후 해당 기동대에 방독면을 지참해 현장에 가도록 지시했으나, 화재 공장에서 근무지가 150m가량 떨어져 있는 등 현장 상황상 방독면을 착용하고 근무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이 때문에 KF94 마스크를 쓰고 근무를 한 직원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오후 6시 30분부터는 방진 마스크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기준) 현장은 유해물질 농도가 기준치 이하이며, 교대한 기동대는 방진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 중"이라고 해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