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올해 미국 등에서 승인을 받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가상자산 연계 상품을 도입했을 때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해외의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고찰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홍콩·영국 등은 올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를 승인했으나, 우리나라는 가상자산 현물 ETF의 발행이나 중개를 금지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등 가상자산 연계 상품 발행과 거래를 허용했을 때의 장점으로 투자자가 제도권 보호를 받을 수 있고 관련 금융회사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반면 가상자산 연계 상품 도입의 단점으로는, 가상자산 가격이 오를 때 상당한 자본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이동해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가상자산 기반 ETF의 발행과 거래가 허용되면 우리나라 자본의 상당 부분이 기업 투자 등 미래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투자 부분에서 가상자산으로 이동하면서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현물 ETF를 직접 운용하는 경우 가상자산 현물거래로 인해 국내 자본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더 많이 이동할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가상자산 가격이 내려갈 때, 금융시장의 유동성과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금융시장과 규제당국에 대한 신뢰를 감소시켜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도 했다.
가상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연계 상품을 운용하는 금융회사, 이에 투자한 연기금 등이 관련 포지션을 청산하고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전통 자산을 매각해 전통 자산의 가격 하락을 초래하는 등 위험이 금융시장에 파급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개인 투자자가 금융시장 메커니즘과 가상자산 등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채로 가상자산 연계 상품에 투자를 많이 할 경우 가상자산발 충격에 대해 펀드런 등이 발생해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가상자산의 가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성이 큰 현재 시점에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을 제도권으로 포섭하는 것은 시장참여자에게 가상자산이 검증된 자산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앞서 언급한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도입을 통해 얻는 득보다는 실이 클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