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1천여명 사망…사우디 "책임 없다"

입력 2024-06-22 10:04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성지순례(하지) 기간 1천1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지만 사우디 정부는 자국 책임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사우디 고위 관료는 성지순례 사태와 관련해 "국가가 (관리 책임에) 실패하지 않았지만 위험을 간과한 일부 사람들의 오판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21일(현지시간) 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 관료는 "극심한 폭염과 힘겨운 기상 조건에서 발생한 사태"라고 덧붙였다. 성지순례 사태 이후 사우디 정부가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성지순례 기간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등으로 지금까지 1천126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AFP가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망자 수를 1천170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성지순례 기간 압사로 2천명 이상이 숨진 2015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사망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집트 국적이고 미국인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온열질환으로 입원한 사람이나 실종된 사람이 수백명이 넘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올해 성지순례 기간 낮 온도가 52도까지 오르는 불볕더위가 이어진 데다 허가받지 않은 순례자들이 몰려들었고, 이들이 냉방시설 등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성지순례는 매년 이슬람력 12월 7∼12일에 치러지며 무슬림이 반드시 행해야 하는 5대 의무 중 하나다.

무슬림들은 일생에 반드시 한번은 메카와 메디나를 찾아 성지순례를 해야 한다. 사우디 당국이 국가별 할당제로 인원을 제한하다보니 관광비자 등을 통해 사우디에 입국하고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성지순례를 시도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사우디 당국에 따르면 올해는 180만여명이 허가를 받고 메카를 찾았지만, 비공식 순례자 수도 40만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우디 당국은 허가받지 않은 이들의 순례도 허용했지만, 에어컨 등 더위를 견딜 시설 등은 제공되지 않았다. 또 이들은 유일한 교통수단인 순례 버스 이용도 금지돼 뙤약볕에 수 ㎞를 걸어야 했다.

미허가 순례자들의 피해가 컸던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