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핵심 기업인 엔비디아가 설립 후 31년 만이자, 시총 1조 달러 돌파 1년 만에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 자리에 올랐다. 미국 뉴욕증시는 5월 소매판매 지표 호조와 엔비디아 주가 상승에 힘입어 장중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현지시간 18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날보다 13.8포인트, 0.25% 오른 5,487.03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5,490.38포인트로 사상 최고가를 쓴 S&P500은 애플 등 나머지 대형 기술주 약세로 상승분을 반납했다. 나스닥은 5.21포인트, 0.03% 상승한 1만 7,862.23, 다우지수는 56.76포인트, 0.15% 오른 3만 8,834.86에 장을 마감했다.
● 엔비디아 사상 첫 시가총액 1위 등극…MS 마저 넘어섰다
엔비디아는 이날 하루 만에 3.51%치솟아 주당 135.58달러, 시가총액 3조 3,350억 달러로 세계 1위 기업으로 등극했다. 최고가 랠리를 이어오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이날 장중 하락폭을 키우며 엔비디아에 순위를를 내줬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로 매출 증가가 예상되면 지난해 6월 13일 사상 처음 시총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1년간 3배 넘게 랠리를 보인 엔비디아는 올해 3월 1일, 불과 9개월 만에 2조 달러를 넘어섰고, 이달 첫 시총 3조 달러에 진입해 애플을 넘어선 지 2주 만에 세계 최대 기업의 자리에 올랐다.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서만 181%, 최근 5년간 3,477%에 달한다.
월가는 AI 반도체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를 반영해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또 높여 제시했다. 투자은행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목표치를 제시해온 로젠블랫의 한스 모세스만 애널리스트는 기존 목표가 140달러에서 주당 200달러로 현재 가보다 50% 이상 상승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스 모세스만 애널리스트는 AI 가속기 등 하드웨어에 기반해 성장해온 엔비디아가 "소프트웨어를 더한 성장 내러티브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NV링크를 이용해 고성능 GPU 연산 능력을 다른 업체들보다 더 빠르게 높여왔다. 여기에 추론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하는 NIM (Nvidia Inference Microservice)를 새로 공개하는 등 AI 기술에 대한 수직화한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모세스만 애널리스트는 현재 주력인 H100시리즈 뿐만 아니라 "호퍼, 블랙웰, 루빈 아키텍처로 기업 가치 성장을 이끌고 있다"면서 "실리콜 밸리에 가장 성공적인 반도체 사이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엔비디아에 대해 2026년 주당 순이익 5달러, 주가수익비율 40배를 적용해 월가 다른 기관들보다 높은 목표가를 설정했다. 월가 주요 기관 가운데 웰스파고(155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오펜하이머(150달러), 에버코어ISI(145달러) 등이 현재 엔비디아 실적과 주가의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
월가 뿐만 아니라 대형 기술주에 대한 전세계 투자자들의 낙관론은 2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뱅크오브 아메리카가 매달 전세계 주요 기관의 자금운용을 책임지는 매니저들의 의견을 조사한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에서 206명 가운데 32%는 미국 주식 매수에 비중뒀다. 또한 전체 응답자 약 69%가 가장 거래가 활발한 주식으로 매그니피센트7 대형 기술주를 꼽는 등 특정 종목 쏠림이 더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 펀드매니저들의 향후 경기 전망도 낙관적으로 이동하고 있다. 올해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는 '노 랜딩' 가능성을 26%로 조사 이후 가장 많이 응답했고, 연착륙은 64%의 응답율을 보였다. 이를 반영해 블룸버그 집계에서 머니마켓펀드(MMF) 자산은 6조 1천억 달러로 약 3년 만에 현금 비중이 최저 수준으로 줄고 있다. 다만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번 조사 결과 투자자들의 심리가 극단적인 위험 감수로 돌아서는 수준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엔비디아 주식이 랠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내부자들의 이익실현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17일 미 증권거래위원회 공시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지난주 13일과 14일 연이어 12만 주의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현한 금액은 3109만 달러, 우리 돈 약 421억 원 상당에 달한다. 전날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젠슨 황 최고경영자의 자산은 1,150억 달러로 세계 12위 자리에 올랐다. 세계 최대 자산가는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로 2,100억 달러를 보유 중이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최근 프랑스 증시 하락의 여파로 자산 2천억 달러, 세계 순위 3위로 밀려났다.
● 물가 둔화, 소비도 약세인데…연준 위원 "과잉반응 안 돼"
미국 경기 지표 발표로 시장은 또 다시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에 힘을 실었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5월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1% 증가에 그쳐 월가 전망치인 0.3% 상승을 밑돌았다. 구매 단위가 큰 자동차를 뺀 근원 소매판매는 -0.1%로 오히려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유가 하락에 따른 주유소 매출 규모가 한 달 전보다 2.2% 줄었고, 서비스업과 관련한 레스토랑 매출도 0.4% 감소했다. 반면 구매 단위가 작은 스포츠용품, 음악, 서점 관련 지출은 2.8%, 온라인은 0.8% 증가했다.
시장의 낙관적인 기대와 달리 연준 위원들은 통화정책 전환에 신중한 발언을 쏟아냈다. 하루 만에 6명의 연준 인사들이 동시 다발적인 연설에 나섰지만 경제 지표의 추가적인 하락이 있어야 통화 완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 주를 이뤘다. 연준이 핵심 물가지표로 여기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지표의 추세적인 하락이 나타나기 전 통화 완화는 어렵다는 의미다.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는 피터슨 국제연구소 강연에서 "경제상황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제 예상대로 경제가 발전한다면 올해 말 완화 정책을 시작하기에 적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이날 오전 존 윌리엄스 뉴욕 연준 총재가 폭스 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밝힌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매우 좋은 신호가 있다"는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한다.
다만 이들 두 연준 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은 보다 매파적 발언을 내놨다.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준 총재는 수요와 공급 균형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통화 저액의 접근에는 인내심이 계속 필요하다"고 한 발 물러섰다. 콜린스 총재는 "한 두 달의 희망적인 소식에 과잉반응 해선 안 된다"며 여전히 인플레이션 2% 목표에 대해 "판단하기에 이르다"고 강조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준 총재와 함께 대표적 매파로 꼽히는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역시 지역 포럼에서 "최근 물가에 대한 보고서는 반갑지만, 몇 달 더 지표를 봐야 한다"며 "지금은 지표를 지켜보며 인내심을 갖기에 유연한 입장에 있다"고 말했다.
국채 금리는 연준 위원들의 이러한 발언에도 5월 소매판매 지표 하락과 이날 오후에 열린 20년물 경매 입찰 호조를 반영해 하락세를 이어갔다. 미 국채금리는 하루 전보다 5.6bp내린 4.223%까지 떨어졌다. 그밖에 국제유가는 여름철 수요 증가에 대한 우려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는 전 거래일보다 1.56% 오른 배럴당 81.58달러에서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