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은 소아과에 '당황'…동네의원 휴진에 환자 불편

입력 2024-06-18 13:08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집단 휴진에 돌입한 18일 '의료대란'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전국 곳곳에서 휴진 사실을 모르고 병의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발길을 돌려야했다.

보건복지부가 개원가의 휴진 신고를 집계한 결과 이날 진료를 쉬겠다고 한 곳은 3만6천371개 의료기관(의원급 중 치과·한의원 제외, 일부 병원급 포함) 중 4.02%에 그쳤으나, 동네 의원과 대학병원에서의 휴진이 이어지면서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경기 수원시에서 아파트 밀집지역 내에 위치해 환자가 많은 곳으로 손꼽히던 소아과도 이날 휴진에 참여했다. 이 병원 입구에는 '진료 휴진 안내'라는 안내문과 함께 "병원 사정으로 인해 휴진합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글귀가 붙었다.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 밀집지역에서는 일대 소아과 4곳 중 3곳이 문을 닫았다. 문을 연 한 곳의 소아과에는 오전 한때 십수명의 접수 대기가 생기기도 했다.

한 지역 주민은 "의료 갈등에 대해 많이 듣기는 했어도 이렇게 피부로 와닿은 적은 없었는데 막상 우리동네 병원이 문을 닫으니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일을 키운 것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 모두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지역 맘카페에는 "아이가 기침이 심해져서 병원에 가려다가 휴진이라고 나오길래 너무 당황스러웠다" "소아과까지 문을 닫다니 충격적이다" "환자를 볼모로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이 병원은 걸러야겠다" 등의 글이 잇따랐다.

제주도에서도 한 소아 청소년과 병원이 휴진을 해 지역 주민의 불편을 초래했다.

대학병원에서도 전문의들과 개원의들이 휴가를 신청하거나 휴진하면서 일부 의료 공백이 발생했다.

충남대 대전병원은 감염내과, 비뇨기과, 신경과,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등 4개과 의사가 휴가를 가 진료실이 텅텅 비었다.

광주·전남 대학병원과 개인병원의 상당수 의사도 진료를 중단했다.

전남대병원은 이날 진료가 예정돼 있던 교수 87명 중 약 30%에 달하는 26명이 휴진했고, 조선대병원도 외래 진료를 계획했던 교수 62명 중 38%인 24명이 오전 진료를 중단했다. 조선대병원 휴진 교수 24명 중 12명은 이날 오후에는 진료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경우 대구시의사회 회원 300여명이 이날 서울에서 열리는 대한의사협회 총궐기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전세버스로 상경하며 진료를 할 수 있는 의사가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학 병원 관계자들은 집단 휴진이 사전에 예고돼있었고, 환자들에게 이를 통지했기 때문에 큰 혼선은 없는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교수들이 휴진 참여 의사를 밝힌 전북대병원은 평소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250여명의 교수 중 약 10%가 이날 휴가를 제출했으나, 대부분의 교수들은 응급 및 중환자 수술과 입원환자 진료를 보고 있었다.

경기남부 지역 대학병원들은 전날과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주대병원은 이날 진료에 큰 차질이 빚어지지 않았다.

전체 400여 명의 교수 중 휴진에 동참한 교수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많은 이들이 평소처럼 진료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대의대 교수들은 전날 전체 교수회의를 열고, 단체 행동이 아닌 개별적 판단에 따라 휴진에 참여키로 한 바 있다.

지난 17일부터 교수들이 무기한 집단 휴진에 들어간 분당서울대병원 역시 평소 화요일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중증·응급 환자는 휴진 대상에서 제외돼 긴급한 환자에 대한 진료가 막히는 일도 없었다.

울산대학교병원은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이 환자들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각 진료과 외래환자 대기석에는 환자들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고,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거나 진료를 아예 중단한 진료과는 한 곳도 없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