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유엔 조사받나…무슨 일?

입력 2024-06-18 06:16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사법당국의 불법 도청을 승인한 혐의로 고발당한 소식이 전해졌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1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영국 런던 '부동산 스캔들'로 기소된 영국 금융인 라파엘레 민초네의 변호인들은 교황이 이번 사건과 관련한 바티칸 사법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불법 도청을 직접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 교황이 바티칸 판사의 승인 없이 직접 담당 검사들에게 휴대전화를 도청하고, 이메일을 해킹하고, 누구든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교황은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끄는 최고 지도자이자 독립국인 바티칸시국의 국가 원수이다. 교황은 바티칸시국의 입법·사법·행정에 대한 절대적 권한을 행사한다.

민초네의 변호인은 유엔에 교황의 인권 침해에 대해 고발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진정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마거릿 새터스웨이트 유엔 법관·변호사의 독립성에 관한 특별보고관에게 보낸 진정서에서 교황을 인권 침해의 가해자로 지목했다.

교황청 국무원은 2014년 민초네가 운영하는 펀드를 통해 런던 부촌인 첼시 지역 고급부동산 지분 45% 등에 2억유로(약 2천687억원)를 투자했다.

이 부동산은 민초네가 두 해 전 1억4천500만유로(약 1천948억원)에 구매한 것이었다.

2018년 이미 1억8천만유로(약 2천418억원)의 투자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국무원은 문제의 부동산을 완전히 취득하기로 하고 돈을 더 투자했다.

결국 총투자액은 3억5천만유로(약 4천702억원)로 늘었고 교황청은 1억4천만유로(약 1천979억원) 이상의 손실을 떠안은 채 2022년 이 건물을 매각했다.

런던 부동산 투자 비리 의혹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명령에 따라 2019년 7월부터 수사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불법 도청이 발생했다는 게 민초네 측의 주장이다.

지난해 12월 바티칸 법원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국무원 국무장관을 지낸 죠반니 안젤로 베추 추기경의 횡령·직권남용·위증교사 등 혐의에 대해 상당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부동산 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리는 등 사기 혐의로 기소된 민초네 역시 5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민초네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민초네는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내 기본권은 짓밟히고 무시당했다"며 "이것은 나와 내 가족에게 참담한 경험이었다. 유엔이 이 문제에서 정의를 추구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