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연체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금융권이 부실채권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우려가 큰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는 이미 올 상반기 지난해의 2배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나섰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권은 올 상반기 1조 원이 넘는 부실채권을 매각한다. 저축은행업권 자체적으로 조성한 2차 부동산PF 정상화 펀드를 5,100억 원 규모로 운영하고 이달 말에는 개인 무담보·개인사업자 부실채권 2,360억 원 규모를 매각하기로 했다. 여기에 개별업체의 3,000억 원 규모 부실채권 대손상각까지 더해지면 올 상반기에만 1조 원 넘는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셈이다.
저축은행업권은 지난해 3분기까지 수시·정기 대손상각을 통해 4,289억 원의 부실채권을 정리한 바 있다. 올 상반기에만 해당 규모의 2배가 넘는 규모를 털어내는 것이다.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새마을금고도 부실채권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손자회사인 MCI대부에 올 2분기에만 부실채권 1조 원을 더 매각하기로 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총 2조 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했는데, 올해는 반 년만에 1조5,000억 원을 팔게 됐다.
금융사들이 이처럼 부실채권 매각에 속도를 내는 것은 올 들어 건전성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국내 저축은행업계의 올 3월말 기준 연체율은 8.8%, 새마을금고 역시 이 기간 연체율 7%대로 추정되고 있다. 업계는 1조 원 가량의 부실채권을 매각하면 연체율을 약 1%p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부실채권이 지속 쌓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업계는 올 하반기에도 부실채권 정리 규모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계 자체적으로 조성한 부동산PF 정상화 펀드도 현재 2차에 이어 3차, 4차까지도 지속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 금리 인하 움직임에 따라 건전성 개선이 기대된다는 전망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강제적인 경·공매나 청산 등 당국의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금리 흐름에 따라 시장경제에 맡겨 자연스럽게 가는 것도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된다면 저축은행의 부실 우려라던지 부동산PF 상황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