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말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 대한민국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은 세계 12위. 대만과 스위스가 근소한 차이로 각각 10위와 1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거래소의 밸류업 추진과 관련해 한국 증시가 세계 TOP10에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을 국내외 다양한 시각을 통해 조명해 본다. 첫 순서로 영국의 저명한 성장가치주 펀드인 베일리기포드(Baillie Gifford)와 국내 제휴사인 신영자산운용으로부터 한국 밸류업 정책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고, 이를 위해 투자자들은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
"장기적인 가치투자를 위해 베일리기포드와 저평가된 자산을 골라내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취지와도 부합한다."
"외국인 투자자로서 한국의 밸류업 정책 중 '영문 공시 서비스'가 인상적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앞으로 세금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는 추이를 지켜볼 것이다."
엄준흠 신영자산운용 대표와 데이비드 헨더슨 베일리기포드 아시아태평양비즈니스 대표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본사 사옥에서 진행된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에서 성장성이 높은 가치주에 투자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 손을 잡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400조 원이 넘는 운용자산(AUM)을 굴리는 베일리기포드는 116년 역사를 지닌 영국 액티브 자산운용사로, 세법 개정을 통해 한국 증시가 재평가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문 공시 대환영…기업 지배구조 개선 필수"
올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저평가 가치주가 재조명받는 가운데, 신영자산운용은 가치투자를 근간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퇴직연금과 연금저축 등 노후 자산을 잘 운용하기 위해 액티브 공모펀드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엄 대표는 "올해 하반기에 공개되는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는 단순히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형태인 반면, 신영자산운용은 차별화된 분석이 깃든 액티브한 포트폴리오를 선보이겠다"며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이벤트성 정책'은 아니지만, 기업에 인센티브나 페널티 등 분명한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탄력 있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헨더슨 대표도 밸류업 프로그램은 주식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밸류업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외국인 투자자로서 기업 영문 공시 의무화 방안을 대환영한다"며 "결과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자금 유치를 위해 경쟁하는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밸류업 정책의 보완점과 관련 "한국 재벌 기업들의 경우 복잡한 지배구조가 개선되길 바란다"며 "다른 나라보다 한국은 배당금이 적은 편인데, 상속세 등 세금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투자 의사 결정을 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제2의 엔비디아 발굴…베일리기포드와 맞손"
신영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 베일리기포드와 함께 '신영 베일리기포드 글로벌글로스 펀드'를 출시했다. 잠재력이 있는 글로벌 성장 기업을 찾아 장기적인 매매 차익을 추구하는 재간접 투자 상품이다. 테슬라 2대 주주로 잘 알려진 베일리기포드는 인공지능(AI) 선두 주자 엔비디아에 8년 동안 투자하며 62배 이익을 거두는 등 소수의 알짜배기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헨더슨 대표는 "장기적인 호흡에서 기업을 평가하고 나서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평균 보유 기간이 8년"이라며 "12년 동안 투자한 테슬라는 8,000% 이상의 높은 성과를 낸 이후 포트폴리오 비중을 축소하고 있고, 아마존은 지난 2004년부터 누적 수익률 89배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5년 안에 매출이 두 배 이상 증가할 수 있는지, 향후 10년 동안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기업 문화에 차별성이 있는지, 왜 시장이 기업가치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는지 등 총 10가지 기준을 두고 종목 편·출입을 결정한다"며 "현재 제2의 엔비디아와 아마존을 찾는 중이며, 저평가된 기업에 조기 투자하는 측면에서 장기 가치투자 하우스인 신영자산운용과 목표가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엄 대표는 "시장 수익률을 좇는 패시브 ETF는 단기 테마성 투자 유혹에 노출될 위험이 있고, 장기 투자를 지향하는 신영의 철학과도 맞지 않아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그동안 주식형 액티브 펀드에 초점을 맞췄는데, 심도 있는 기업 리서치를 통해 채권형 상품 라인업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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