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독일에서 전후 최초로 참전 용사를 위한 기념일 행사가 15일(현지시간) 열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독일 사회에서 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독일의 퇴역 군인들이 수십 년 간의 금기를 깨고 이날 전국 각지에서 조촐한 행사를 열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첫 기념행사에서 참전 용사들은 함께 모여 전쟁 기념관을 방문하고 정보 제공 부스를 운영하는 한편 오토바이 행진을 하기도 했다. 하원 의원들은 '많이 늦었지만'(long overdue)이라고 이번 행사를 표현했다.
6월 15일로 정해진 '참전 용사의 날' 제정 캠페인을 10년 넘게 벌여 온 베른하르트 드레셔 참전용사 협회 대표는 "드디어 독일 사회에서 수용되고 인정받고 있다고 느낀다"며 "이제 이날을 생명력 있게 만드는 것은 정치인, 사회, 그리고 우리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독일 의회 4개 주요 정파 의원들이 참전 용사들을 의회로 초청한 자리에서 배르벨 바스 하원의장(사진)은 "독일은 참전용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유럽에 전쟁이 다시 시작된 것은 참전 용사들의 가시적인 문화를 정립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독일 국방부 주최로 공식 '참전 용사의 날' 행사가 열릴 방침이다.
2차대전 전범국인 독일에서 '참전용사의 날' 제정에 관한 이슈는 그동안 뒷전에 밀려 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독일 사회 내부 분위기에 변화가 일었다. 독일 국민들은 냉전 이후 국방비 삭감 결정이 순진한 것이 아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반전주의에 주장하는 녹색당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가장 크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녹색당 의원들은 집권여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 등과 함께 2개월 전 '참전용사의 날' 제정 법안의 의회 통과에 힘을 보탰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