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불볕더위가 전국을 덮친 가운데 올여름 장마철 강수량이 예년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형마트의 농산물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비가 많이 오면 낙과 피해와 함께 과수가 수분을 흡수해 당도가 떨어지고 크기가 작아지는 등 상품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지고, 여기에 폭염이 더해지면 수급 불안정성이 확대돼 가격을 밀어 올릴 우려가 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당장 이상기후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은 이달 하순부터 수확이 시작되는 복숭아, 자두 등의 여름 제철 과일이다.
수분을 머금는 속도가 빨라 그만큼 상품성이 많이 떨어질 수 있고 낙과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쉽게 상하는 특성상 장기 저장이 어렵다는 점도 수급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지난해 냉해 피해가 막심했던 복숭아는 올해 4∼5월 날씨가 비교적 온화한 영향으로 최근 출하량이 작년 대비 10%가량 증가하는 등 수급이 비교적 안정돼있다.
하지만 장마철이 길어지고 집중호우가 잦으면 수급 상황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도 폭염·장마 피해 영향권에 있다.
현재 주산지인 충북 음성과 전북 고창 작황이 괜찮은 편이지만 장마가 시작되는 이달 말부터 집중호우와 폭염이 이어진다면 다음 달 중순부터 전국적으로 물량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는 전망한다.
대형마트들은 대표적인 추석 과일 선물 세트 구성품인 사과와 배 생육과 수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와 같은 심각한 냉해 피해를 겪진 않았으나 올해는 세균 감염병을 포함한 병충해가 '복병'으로 거론된다. 특히 사과와 배에 주로 생기는 '과수화상병'이 최근 중부지역 과수농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대형마트들은 올여름 이상 기후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주요 과일의 작황이 좋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마트는 폭염·폭우에도 높은 당도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상품을 확대해 운영할 방침이다.
우선 자두는 '타이벡' 물량을 지난해보다 20∼30% 늘린다. 타이벡은 과수 아래에 설치하는 반사 필름으로, 과수에 햇빛을 골고루 받게 하면서도 수분 흡수를 억제해 당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복숭아 역시 장마철에도 당도가 잘 떨어지지 않는 딱딱한 '아삭' 품종을 20%가량 확대하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대체 물량 확보와 함께 산지 다변화로 수급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수박은 일반 상품에 비해 껍질이 두꺼워 고온에 잘 견디는 '씨적은 수박' 품종 물량을 확대하는 동시에 강원 양구, 경북 봉화, 전북 무주 등으로 수박 산지를 넓히기로 했다.
또 복숭아는 혹서기 주산지를 영남(청도·함안·경산)에서 충북 충주와 전북 전주·임실·무주 등으로 옮길 계획이다.
또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중순까지 이어지는 장마 기간에는 비파괴 당도 선별 물량과 고당도 품종인 '대극천' 상품을 충분히 확보할 방침이다.
사과·배도 산지 다변화로 대응하되 이상 기후에 따른 물량 부족으로 가격이 오를 것에 대비해 'B+급' 상품을 확대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지정 농장의 전용 시설에서 재배해 날씨에 관계 없이 1년 내내 높은 당도를 유지하는 샤인머스캣 물량을 늘리는 한편 수박, 멜론, 참외 등 제철 과일의 당도를 엄격히 관리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대형마트들은 장마철 이후를 대비한 채소 수급 방안도 강구 중이다.
장기 저장이 가능한 양파, 단호박, 감자 등의 작물은 농가와의 협업을 통해 창고 저장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폭염과 호우로 한시적인 출하량 감소가 예상되는 오이, 애호박, 파프리카, 양배추, 브로콜리, 상추 등은 산지 다변화와 대체 산지 확보 등으로 수급 불안을 이겨낸다는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