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명 관광지의 여자화장실에 타이머가 설치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사이트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윈강석굴(雲岡石窟) 여자 화장실 칸막이 위에 발광다이오드(LED)로 된 타이머가 설치돼 있다.
빈 칸에는 초록색으로 '무인'(無人)이라고 표시되고 사람이 들어가면 빨간색으로 바뀌며 언제 들어갔는지를 분, 초 단위로 표시한다. 한 중국인 관광객이 관광지 매표소 주변 화장실을 촬영해 지역 신문에 제보하며 알려지게 됐다.
관광지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현지 매체에 "방문객들이 늘어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타이머를 설치했다"며 "매표소 주변뿐만 아니라 원강석굴 관광지 내부에도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화장실을 오래 쓴다고 해서 중간에 쫓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사용 시간제한을 두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타이머가 설치된 것은 지난 5월 1일부터였다고 한다. 다른 관계자는 "일부 손님들이 화장실을 너무 오래 쓰는 것을 방지하고 화장실 안에서 긴급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는 안전 조치의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조치는 중국 인터넷상에서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영상을 찍은 관광객은 "무작정 줄을 서거나 화장실 문을 노크할 필요가 없다는 좋은 점도 있지만 마치 감시당하는 기분이어서 당황스러웠다"고 적었다.
일부 누리꾼은 "휴대전화를 보는 등 화장실을 너무 오래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지만,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어서 불쾌하다", "정말 필요한 조치인지 의문", "화장실을 더 지으면 되지 왜 이런 조처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았다.
윈강석굴은 1천500여 년 전 북위 시대에 만들어진 산시(山西) 성 다퉁(大同)에 있는 중국 최대 석굴사원으로, 45개의 석굴과 불상 5만9천여 개로 이뤄졌다.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특히 최근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급증해 심각한 화장실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지난해 입장권 판매 기준으로 관광객 300만명이 방문해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