뎅기열 비상…실험실서 키운 '불임모기' 푼다

입력 2024-06-12 13:31


뎅기열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수도 자카르타에 일명 '불임 모기'로 불리는 볼바키아(Wolbachia) 박테리아 감염 모기를 방사한다.

12일(현지시간) 자카르타포스트 등에 따르면 아니 루스피타와티 자카르타 보건청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실험실에서 사육한 볼바키아 모기를 서부 자카르타 켐방안 지역 등에 시범 방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볼바키아 박테리아는 자연 박테리아로 뎅기열이나 지카, 치쿤구니아 바이러스, 말라리아 등과 경쟁 관계여서 이들 바이러스가 잘 옮기지 않도록 차단하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볼바키아 박테리아에 감염된 수컷 모기와 그렇지 않은 암컷 모기가 만나 짝짓기를 하면 알을 낳아도 부화하지 않고, 볼바키아 박테리아에 감염된 암컷 모기가 알을 낳으면 태어난 모기는 볼바키아 박테리아에 감염된다. 종국에는 볼바키아 박테리아에 감염된 모기만 남게 된다.

자카르타 정부는 이전에도 볼바키아 모기 방사를 검토한 적이 있으나, 환경단체들이 사람에 대한 안전성이나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며 반대해 시행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우기가 길어지면서 모기가 살기 좋은 환경이 형성돼 뎅기열 발병도 크게 늘었다. 지난 1분기 기준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약 4만3천200명의 뎅기열 환자가 발생했고, 404명이 사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감염자는 2.5배, 사망자는 약 3배로 늘어난 규모다.

자카르타의 경우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7천명 이상의 뎅기열 환자가 발생했고 15명이 사망했다. 특히 지난달에만 2천900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등 뎅기열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약회사 다케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11일 4가지 뎅기열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 '큐뎅가'를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이 백신은 3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해야 하며 4세 이상이면 맞을 수 있다.

다케다 말레이시아 측은 임상실험 결과 백신 접종 후 1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80%가 넘는 예방 효과를 봤다며 이 백신이 유럽연합(EU)과 영국, 인도네시아 등 30개국 이상에서 승인받았다고 설명했다.

뎅기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3∼14일 잠복기 후 발열, 두통, 오한, 근육통 등 증상이 생긴다. 아직 완벽한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