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에서 폐로 침투...보이지 않는 공포

입력 2024-06-11 17:14


인간이 먹고, 마시는 것 뿐만 아니라 숨 쉬는 공기에서도 미세플라스틱 입자들이 몸속으로 침투해 들어와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은 물론 탄산음료, 야채, 과일 등 거의 모든 것에서 나오고 있으며 공기 중에도 떠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9년 캐나다 빅토리아대학교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연간 평균 7만4천개에서 12만1천개에 달하는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들이마시거나 먹고, 마시는 등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원인 셰리 메이슨은 "우리가 입고 있는 합성섬유로 만든 옷도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하고 있으며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음식 등 우리 주변에는 이미 미세플라스틱이 너무 많다"고 설명했다.

미세플라스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각종 질병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고 WP는 설명했다. 최근 다양한 연구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몸 여러 기관으로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고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공기 중에서 인체로 흡입된 미세플라스틱 중 큰 입자는 기도에 걸려 재채기 등으로 몸 밖으로 빠져나오지만 10㎛(마이크로미터)보다 더 작은 입자들은 폐포까지 도달한다.

특히 2.5㎛보다도 더 작은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산소와 동일한 통로로 혈류로도 흘러 들어갈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이 태반이나 간, 모유 등에서도 발견된 연구 결과도 있다.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우리 몸의 방어 세포인 대식세포(大食細胞)의 공격을 받지만, 대식세포는 이를 분해하지 못해 결국 죽고 만다. 이후 다른 대식세포들도 같은 과정을 통해 사라지게 되면 결국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약해진다.

이탈리아 캄파니아 루이지 반비텔리대학의 라파엘레 마르펠라 박사의 연구진은 지난 3월 동맥에 미세플라스틱이 쌓인 사람들은 뇌졸중과 심장병, 조기 사망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미세플라스틱은 조직 손상과 알레르기 반응, 세포 사망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확인됐고, 미세플라스틱에 포함된 프탈레이트나 비스페놀 A 같은 화학물질은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켜 생식계통 문제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사이언스다이렉트'(ScienceDirect) 학술지에는 특정 암세포가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이후 빠른 속도로 퍼진다는 연구 결과가 실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자고 조언하지만 WP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으며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국제 협약은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