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진단받은 후, 따로 관련 교육을 받으면 초기 사망 위험이 27%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암교육센터 교수, 강단비 임상역학연구센터 교수 연구팀은 세계기분장애학회 공식 학술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 최근호에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암 진단시 '디스트레스(암환자들이 경험할 수 있는 정서적 어려움)'를 호소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교육과 지지를 제공했을 때 위험이 줄어든다는 내용이다. 디스트레스는 암을 진단받을 때 우울, 불안과 함께 매우 흔하게 나타나며, 암환자의 약 40%가 심각한 디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알려졌다.
연구팀은 2014년 7월부터 2017년 12월 사이 암을 새로 진단받고, 심각한 디스트레스를 경험한 4,880명의 환자 중 암교육을 받은 810명과 받지 않은 4,070명의 1년 사망률을 추적 관찰했다.
해당 교육은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프로그램 종류는 치료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 증상 관리 교육, 심리사회적 지지교육 등으로 나뉘는데, 스트레스 관리 교육, 멘토링 프로그램,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 이해, 외모관리, 미술치료, 음악치료, 웃음치료, 원예치료, 암과 부부의 성교육 등이다.
연구에서 1년 사망률을 1,000인년(인년은 1인 1년간의 관찰 단위)당 비교한 결과, 교육을 받은 집단은 사망률이 5.5%였지만 받지 않은 집단은 7.6%였다. 교육을 받은 환자들의 1년 내 사망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뜻이다.
사망위험을 낮추는 효과는 나이가 젊은 환자인 경우 더욱 도드라졌다. 60세를 기준으로 50세 미만 환자에서는 63%, 50대 환자에서는 54% 가량 사망 위험이 낮았다.
암환자의 디스트레스와 관련한 연구는 다양하게 있어왔다. 지난해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대장암센터의 김희철·신정경 교수(대장항문외과), 조주희 암교육센터 교수, 강단비 임상역학연구센터 교수팀이 미국외과학회지(Annals of Surgery)에 발표한 연구에서도 디스트레스 정도가 큰 대장암 환자는 재발·사망 위험이 최대 84% 높았다.
조주희 교수는 "암을 치료하기에 앞서 적절한 교육과 지지 프로그램을 제공받은 환자들의 예후가 좋다는 것은 치료의 영역에서 암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근거"라며 "다양한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면 암환자의 삶의 질 향상 뿐 아니라 생존율을 높이는 데도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이와 관련해 디스트레스 스크리닝 고도화를 계획하고 있다. 우선 암을 처음 진단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했던 것을 모든 암환자, 암의심환자로 범위를 넓힌다는 설명이다. 또 모바일 문진으로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알고리즘을 개발해 환자 상태에 맞춰 적극적으로 관리해 나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통증, 수면 등 암 치료에 따른 동반 질환은 암치유센터 협진이, 우울증 고위험군에 해당하면 자동으로 정신건강클리닉 협진이 가능하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암치료는 이미 잘하는 병원으로 인정받은 만큼 환자와 가족이 직면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두려움을 해소하고, 나아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치료 너머 치유를 생각하는 새로운 암치료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에서는 대면, 비대면으로 총 22개 교육이 진행되고, 138종의 교육자료가 환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월 평균 600여 명의 환자가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