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경찰이 보이스피싱 전달책...알면서 했나

입력 2024-06-08 10:46


20년 넘게 경찰로 근무했던 남성이 보이스피싱 전달책으로 활동해 실형을 선고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1단독 이창원 판사는 최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우모(54)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우씨는 지난해 10월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의 범죄 수익금을 이체받으면 수표로 인출해 현금으로 교환하는 전달책 역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싱 조직이 통장이 불법 도박 범행에 연루돼 위험하다고 거짓말을 하자 피해자는 수표 5억4천600만원을 인출해 피싱 조직원 A씨에게 전달했다.

A씨는 이 수표를 서울 마포구 한 지하철역 출구 앞에서 수거책 B씨에게 전달했다. B씨는 이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 일부인 2억5천만원을 우씨의 은행 계좌에 송금했다.

우씨는 또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1천만원권 수표 25장으로 인출하는 식으로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우씨 측은 재판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공모하지 않았고 자신의 행위가 단순한 자금세탁인 줄 알아 사기의 고의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우씨가 20년 넘게 경찰로 근무한 경력이 있고 그가 2015년 타인의 보이스피싱 범행을 방조한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았던 점을 지적했다. 이에 우씨가 자신의 행위가 사기 범행의 일부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우씨의 범행 고의성에 대해 그가 작업 중 새 휴대전화를 개통해 조직원들과 연락한 점, 단순 환전 업무로는 과다한 50만원의 보수를 받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우씨가 인출한 현금은 피해자에게 반환됐으며 우씨가 범행으로 얻은 실질적인 이익은 없는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됐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