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돌아갈까"...고물가에 '허덕'

입력 2024-06-06 15:25


한국의 물가가 급격하게 치솟은데다 원화 가치도 약세를 보이자 한국 내 베트남 노동자들이 지출과 본국 송금을 줄이며 버티고 있다고 베트남 언론이 보도했다.

한국에서 일하는 응우옌 푹 티엔(28)씨는 치솟는 농산물 물가에 평소 주 3차례 먹던 채소 반찬을 1주일 전부터 주 1회로 줄였다고 6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가 보도했다. 과일은 비싸서 살 생각도 않는다.

3년 전 한국에 온 티엔씨는 월 270만원을 받고 컨테이너 바닥에 까는 합판 제조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시금치 한 묶음이 1천200원에서 3천원으로 올랐다면서 예전처럼 장을 보면 식비가 2∼3배로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티엔씨는 이제 슈퍼마켓에 가지 않고 다른 베트남인이 키운 채소를 소셜미디어로 공동구매 하거나 베트남의 가족에게 집에서 기른 채소를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공장의 노동 강도가 높아 건강에 신경 써야 하지만, 식비를 줄여야 해 티엔씨는 차라리 일찍 잠든다. 그는 "나는 (예전보다) 더 많이 일하고 적게 먹지만 저축은 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은 일본, 대만에 이어 세 번째로 베트남 노동자들이 많은 나라다. 임금, 복지 혜택, 노동 조건이 괜찮은 곳으로 꼽혀서다. 지난해 여름 베트남 노동자 4만9천명 이상이 한국에서 월 1천500∼2천 달러(약 2천60만∼275만원) 수준의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물가는 3월에 작년 동기보다 3.1% 오른 데 이어 4월과 5월에도 2.9%, 2.7% 각각 올랐다. 또 원/달러 환율도 작년 말 1천290원대에서 이날 1천370원대로 올랐다.

이 때문에 베트남 노동자들은 생활비가 오르고 베트남에 송금하는 돈까지 줄어들고 있다고 VN익스프레스는 설명했다.

쩐 홍 비엔씨는 10년 전에 한국에 와 남편과 함께 지내고 있는데 최근 식비를 줄이기 위해 슈퍼마켓 대신 재래시장을 다닌다. 베트남의 부모가 보내온 건어물로 반찬을 하고 약과 커피도 베트남에서 보내주는 것을 쓴다.

이렇게 돈을 아껴도 부모에게 맡긴 7살 딸에게 드는 양육비 정도만 간신히 송금하고 있다. 그는 "계속 물가가 오른다면 베트남으로 돌아가는 걸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