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람보르기니男' 돈줄 캤더니…'MZ조폭' 줄줄이

입력 2024-06-04 13:58


지난해 8월 약물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가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고 가해자 신모(28)씨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에도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해 9월 서울 강남구에서 람보르기니 차량을 주차하다 시비가 붙자 상대방을 흉기로 위협한 홍모(30)씨는 이 사이트에서 도박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금융범죄수사대·마약범죄수사대와 협력해 신씨와 홍씨의 자금 출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총책 등 61명, 불법 리딩방 관계자 30명 등 총 99명을 검거하고 이들 중 4명(구속 2명)을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홍씨의 수익원을 확인하던 중 불법 도박사이트에 이용된 법인 계좌들을 특정해 관련 수사를 진행했는데,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인 신씨가 도박사이트 회원을 모집하는 국내 총판 역할을 한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국내 총책 A씨와 신씨를 비롯한 총판 등 14명에게 도박공간개설 혐의를 적용했으며, 추후 캄보디아에 체류 중인 공범 2명을 더 검거해 총 16명에 대해 범죄집단조직 혐의도 추가할 예정이다.

홍씨는 해당 사이트 운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파악되지 않아 도박과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만 적용됐다.

A씨 등은 2020년 6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캄보디아에 '파워볼' 등 복합 도박 사이트 충·환전 사무실을 마련하고 8천여명을 상대로 8천600억원 상당의 도박자금을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이용한 광고로 유령법인 통장 모집책, 총판, 충·환전 사무실 직원들을 모집하고 캄보디아 주택에서 합숙하며 국내 총판과 연계해 범행했다.

주요 운영자들은 직원들을 상대로 엄격한 내부 규율을 정해 강요하고 타 조직원 등을 집단 폭행하기도 하는 등 폭력조직과 유사한 방법으로 조직을 관리했다. 수사기관에 검거돼 범행 사실을 진술하면 반드시 보복하겠다고 조직원을 위협하기도 했다.

경찰은 신씨와 지인들이 'MT5'라는 불법 조직을 만들어 범죄수익 세탁·마약 투약 등 범죄를 저지른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38명을 검거했다.

'MT5'는 해외선물투자에 사용되는 전자거래 플랫폼으로 조직의 이름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으나 일당이 불법 리딩방을 운영하고 해외선물투자를 대행해준다며 투자자 101명으로부터 투자금과 수수료 21억원을 챙기는 등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경찰은 신씨가 불법 리딩방 운영에 관여한 정황은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리딩방 운영 조직과 해외선물업체 대표 등 28명을 자본시장법위반(미인가 투자중개업) 혐의로, 돈을 받고 유심을 제공한 2명을 전기통신사업법위반 혐의로 검거하는 등 30명을 검거했다.

리딩방 이사 등 2명은 코인 위탁판매를 해준다며 32억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도 받는다.

아울러 리딩방 운영 조직을 탈퇴하면서 확보한 고객 정보로 피해자들에게 "'MT4'(MT5의 전 버전)를 해킹해 해외선물거래 손실금을 만회해주겠다"고 속여 3억4천만원을 편취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등을 받는 8명도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검거된 불법 리딩방과 도박사이트 관련 피의자 대부분은 20∼30대로 이른바 'MZ조폭'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에 가담하거나 도박을 한 피의자 중 9명은 경찰 관리대상인 조직폭력배이기도 했다.

이들은 범죄 수익금 대부분을 슈퍼카 렌트비와 유흥비 등에 소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주식 투자 리딩방, 도박사이트는 실제 범죄 조직의 주요 수익원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경제적 손실을 보거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박죄로 처벌될 수 있으므로 SNS 등을 통한 광고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