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을 투약한 상태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가 심신미약 상태에서 벌어진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3일 대전지법 12형사부(김병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씨의 여자친구 살해사건 첫 공판에서 A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한다"면서도 "투약 후 심신미약 상태인 점을 감형 사유로 주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마약 투약 후 환각 상태에서 계획적 살인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범행 후 경찰에 자수한 점, 마약 판매상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 공탁금 1억원을 낸 점 등을 고려해 달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마약 범죄를 은닉하기 위해 3시간가량 피해자를 방치했다"며 "범행 후 어머니와 상의 후 마약 투약 사실을 숨긴 채 살인 사실을 신고한 점을 미뤄볼 때 심신미약을 인정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또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가 없었고, 피해자 어머니는 공탁금을 받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다"며 "유족들은 한순간에 가족을 잃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요구했다.
검찰은 애초 이날 구형까지 할 예정이었지만, 피고인에 대한 전자장치 부착 요청 의사를 추가로 밝힘에 따라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속행을 진행하기로 했다.
검사 측은 "피고인은 필로폰 투약 후 출근해 정상 근무를 하고 걸음걸이가 휘청거리지도 않았다"며 "사고 발생 귀가 전까지도 정상 근무를 한 점 등을 보면 심신미약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A씨는 지난 4월 20일 오전 7시 30분께 대전 서구 탄방동 다가구주택 원룸에서 여자친구 B(24)씨의 얼굴 등을 흉기로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이틀 전부터 필로폰 0.5g을 세 차례에 걸쳐 과다 투약해 격분한 상태에서 여자친구와 말다툼을 벌이다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범행 직후 112에 자수,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