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이 불붙인 주가…"경영권 프리미엄 부각"

입력 2024-06-03 10:07
미래에셋증권, SK 목표주가 27만원 상향
하이투자증권, "SK주가에 경영권 프리미엄 반영 과정"
"대법원 판결까지 장기간 소요...단기 투자관점에서 매수 유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 SK그룹주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3일 오전 9시 30분 기준 SK는 전 거래일보다 11,800원 6.70% 오른 18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혼소송 항소심 결과를 앞둔 30일 9.26%, 11.45% 오른데 이어 사흘째 큰 폭으로 움직이고 있다. 같은 시각 SK우 역시 27.12% 오른 22만5,000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 30일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 김옥곤 이동현)는 두 사람의 이혼소송 2심 공판을 열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 원과 재산분할로 1조 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주식도 분할 대상이라는 결론을 냈다.

1심 판결이 뒤집어 지면서 경영권 리스크가 부각됐고, SK 주가는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아직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남았지만, 2심 판결이 그대로 인용된다면 최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크지 않은 만큼 지분 매각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일단 보유한 현금과 부동산, 미술품 등으로 일부 추당하고 나머지는 비상장사인 SK실트론 지분 매각, 주식담보 대출 등으로 해결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힘을 얻고 있다.

SK그룹은 이달 25일 전후로 확대경영회의를 열 예정으로, 이 자리에서 그룹 '리밸런싱' 사업을 점검할 예정이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최 회장의 지분 정리가 그룹 재편과 맞물려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SK 주가가 우상향하겠지만, 고수익 단기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SK 목표주가를 27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IT 서비스 사업과 지주사로 배당 수익을 주된 원천으로 하는 별도 사업 가치에 자회사의 지분 가치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주사의 지분 가치는 대주주로서의 경영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프리미엄을 부여해야 함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SK에 대해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의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며 "최 회장의 지분율이 약한 상황에서 현금 마련을 위해 주식 일부를 매도하면 경영권 약화 요인이 될 수 있고, 지배력에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SK 주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양측의 이혼 소송은 2심이 선고되기까지 6~7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국내 최대 규모의 이혼 소송인 만큼 대법원 판결까지는 더 오래 걸릴 수 있어 단기 투자 관점에서는 매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