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실적에 액면 분할까지…엔비디아 1,000달러 돌파 [글로벌마켓 A/S]

입력 2024-05-23 07:52
엔비디아 다음 달 10대 1 액면분할
젠슨 황 "올해 블랙웰 매출 많이 발생할 것"


전 세계 인공지능 산업의 핵심 기업인 엔비디아가 지난 분기 시장 예상을 압도하는 실적과 함께 10대 1 액면 분할 계획을 전격 공개했다. 장 마감 이후 엔비디아는 사상 최고가를 돌파하며 기록을 썼지만, 뉴욕증시는 정규 거래에서 전날과 같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엔비디아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과 오전에 나온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 5월 회의록의 매파적인 기조로 인해 3대 지수 모두 하락했다.

현지시간 22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4포인트, 0.27% 내린 5,307.0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어제보다 31.08포인트, 0.18% 하락한 1만 6,801.54에 그쳤다. 다우존스는 201.95포인트, 0.51% 내린 3만 9,671.04로 조정을 이어갔다.

● AI 수요 '믿기 힘들 정도'…압도적 실적, 엔비디아



엔비디아는 이날 오후 4시 20분 공개한 2025회계연도 1분기 실적에서 인공지능(AI) 핵심 산업인 데이터센터 구축의 성장 여력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날려버렸다.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엔비디아의 지난 4월말 기준 3개월 매출액은 260억 400만 달러로 월가 전망치인 246억 5천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매출액과 비교해 262% 증가한 기록이다. 조정 주당순이익도 이번주 상향 조정된 월가 전망치 5달러 59센트를 넘긴 6달러 12센트로 지난해 대비 461% 증가했다.

핵심 사업인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226억 달러로 지난해 대비 427%, 전분기 대비 23% 증가했다. 컨퍼런스콜에서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인 콜렛 크레스는 H100 GPU 등 호퍼(Hopper) 아키텍처 출하량이 매출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메타가 2만4천개의 H100 GPU를 사용한 대규모언어모델 라마(Llama)3를 발표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 클라우드 제공업체가 데이터센터 매출의 40%를 차지했다"고 덧붙였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올해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의 매출이 많이 발생할 것"이라며 오는 4분기부터 데이터센터에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2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엔비디아의 최대 파트너인 아마존 웹 서비스는 기존 그레이스호퍼(GH) 제품군에서 블랙웰 기반 제품군으로 전환하기 위해 계약을 변경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인공지능 반도체를 연결해 컴퓨팅 성능을 높이는 제품군의 매출도 호조를 보였다. 인피니밴드 제품으로 32억 달러의 네트워킹 매출을 냈는데, 지난해보다 3배 늘어난 기록이다.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 전망치도 이에 기반해 280억 달러, 월가 전망치 266억 1천만 달러 이상의 목표를 제시했다.

젠슨 황은 "기업과 국가들이 엔비디아와 협력해 수조 달러에 달하는 기존 데이터센터를 가속 컴퓨팅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블랙웰 제품도 본격 생산단계에 들어가 생성현 인공지능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엔비디아는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보통주를 10대 1로 액면 분할한다. 다음 달 6일까지 엔비디아 1주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7일부터 9주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또한 현금 배당은 150% 상향해 주당 10센트를 내달 28일 지급하기로 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불확실성으로 인해 949달러선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컴퍼런스콜이 진행되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한때 1,023달러를 돌파하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 엔비디아만 좋았다..긴축 고삐 놓지않는 연준



뉴욕증시는 이날 엔비디아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과 함께 연준의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록으로 인해 하락 압력을 받았다. 5월 FOMC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인사들은 지난 1년 동안 인플레이션이 완화했지만 "최근 몇 달간 2% 목표에 대한 추가 진전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회의록에 따르면 "많은 위원들은 정책이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까지 낮출만큼 충분히 제한적인지 의문을 제기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여러 위원들이 인플레이션 위험이 현실화할 경우 정책을 더욱 긴축할 용의가 있음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축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과 전날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의 발언에 정면 배치되는 대목이다.

연준 내에서도 매파적인 인사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전날 "노동시장이 크게 약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 완화를 뒷받침하려면 몇 달 더 좋은 지표를 봐야 한다"면서도 추가 금리인상에 대해선 "아마도 불필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준은 나아가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하는 기미가 없거나 노동시장이 예기치 않게 악화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회의록 문구들이 공개된 뒤 이날 시장은 약세로 돌아섰고, 채권금리도 상승 전환했다. 미 국채 10년물은 전날보다 1.2bp 오른 4.426%에 거래됐다.

다만 미 재무부가 진행한 160억 달러 규모의 20년 만기 국채 입찰은 시중 금리와 동일한 4.635%를 기록해 장기물 금리의 반등 폭은 줄었다. 연준의 매파적 기조를 확인한 시장은 올해 2차례 인하 기대를 낮췄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집계한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9월 금리인하 기대는 61.2%로 우위를 지켰지만 12월 약 절반에 달하던 금리인하 기대가 약해져 1월말 인하로 후퇴했다.

한편 이날 개별 종목 가운데 테슬라는 유럽 전기차 4월 판매 부진 소식에 전날 세미트럭 출시 기대로 올랐던 상승분을 반납했다. 종가 기준 180.11달러로 약 3.48% 내렸다. 유통주 가운데 타겟은 고객 트래픽이 전분기 1.9% 줄고, 주당순이익은 2.03달러로 컨센서스를 맞추지 못해 8% 내렸다.

제약주 가운데 한동안 부진했던 화이자는 3년간 15억 달러에 달하는 추가적인 비용절감 계획에 3.64% 올랐고, 퍼스트솔라는 AI 기반 데이터베이스 에너지 소비 증가로 인한 수혜가 기대된다는 UBS 등의 보고서로 18%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