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發 쇼크…"6년뒤 주식시장 충격"

입력 2024-05-22 06:13
수정 2024-05-22 07:27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6년 뒤 그해 지급할 연금 급여를 그해 거둔 보험료로 충당 못 해 기금을 깨서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주식 등 국내 자본시장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22일 국민연금 5차 재정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한 제도개선 방향 공청회 자료집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2023년 950조원에서 계속 증가해 2040년에 1천755조원까지 불어나지만, 2041년 수지 적자로 돌아선 후 빠르게 줄어들어 2055년에는 소진된다.

저출생·고령화 심화에 따른 출산율 하락으로 가입자가 감소해 보험료 수입이 축소되고, 기대수명 상승으로 연금 받는 기간이 길어져 급여 지출이 증가하면서 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보험료율 9%에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의 비율) 40%'의 현행체계 유지 아래 약속된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젊은 세대가 내야 하는 보험료율(부과방식 비용률)이 매년 급격하게 올라간다. 그러다가 일정 시점 이후부터는 연금 급여 지출을 당해 연도 보험료 수입만으로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5차 재정계산 결과를 보면, 2023년 국민연금의 부과방식 비용률은 6%여서 현행 보험료율 9%보다 낮기에 국민연금 수지는 흑자를 보이지만, 6년 후인 2030년에는 9.2%로 현행 보험료율을 추월한다.

지금 보험료율로는 2030년부터는 그해 들어온 보험료로는 그해 지출할 연금 지급액을 맞출 수 없다는 의미다.

부과방식 비용률은 이후 2040년에 15.1%, 2050년 22.7% 기금소진 연도인 2055년에는 26.1%, 2060년 29.8%, 2078년에는 최대 35.0%까지 오른다.

이렇게 그해 보험료로 그해 연금 지출을 충당하지 못하면 결국 다른 곳에서 돈을 끌어와야 한다.

실제로 5차 재정계산 재정수지 전망을 보면, 부과방식 비용률이 현행 보험료율을 처음으로 초과하는 2030년 국민연금 총수입은 137조원이고 총지출은 79조원이다.

겉으로는 137조원이 들어오고 79조원이 나가니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총수입 137조원 중에서 보험료 수입은 76조원에 그친다. 여기에 투자 운용수익 61조원이 더해졌는데, 이는 연금기금이 투자한 주식과 채권 등 자산의 평가 가치 상승분일 뿐이지 현금이 아니다.

따라서 보험료 수입만으로 연금을 지급하려면 3조원가량이 부족하다.

모자라는 3조원을 마련하려면 뭔가를 팔아 현금을 만들어야 하는데, 결국 국민연금 역사상 처음으로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기금을 헐어서 주식이나 채권 등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결론적으로 2040년까지 기금 규모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금운용 수익률 덕에 평가액이 늘어나서 생긴 착시일 뿐으로, 2024년 현재 기준으로 6년 뒤인 2030년부터 국민연금 기금은 자산을 팔기 시작해야 한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시장의 큰손이라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삼성, 현대차, 하이닉스, 포스코, KT, 네이버 등 거의 모든 대기업의 최대 주주이다.

이런 국민연금이 자산을 매각하기 시작하면 해외 투자분은 그렇다 치더라도 국내 주식시장 등 자본시장의 충격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 국민연금은 자산유동화의 역풍으로 주식 등 자산을 매각할 때 제값을 받고 팔지 못해 손에 쥘 수 있는 현금은 추계 상 평가액보다 한참 못 미칠 개연성이 크다.

김우창 카이스트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와 원종현 기금운용위원회 투자정책 전문위원회 위원장 등은 '국민을 위한 국민연금은 없다'(더숲) 책에서 "이번에 연금개혁을 못 하고 이대로 2030년을 맞으면 노후소득 보장 문제 이전에 자본시장의 혼란과 그로 인해 발생할 부작용이 먼저 사회문제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지금이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이번에 연금개혁에 실패하면 국민연금은 세대 간 연대와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사회적 도구가 아닌, 사회적 갈등의 근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