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원자재 인사이드 시간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농산물입니다. 오늘 내용을 살짝 보니 거의 절반 정도는 농산물 이야기라면 나머지 절반은 날씨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식품 원자재와 기후 현상이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뜻 같은데, 사실 뭐 지구 온난화는 오랫동안 잔존했던 문제라지만, 요즘 식품 원자재 가격 추이를 보면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게 피부로 느껴집니다.
= 그렇죠. 4월에는 엄청 덥더니 정작 5월이 되니까 오히려 추워지는 날들도 있고요, 또 몇 년 전 겨울은 영하 20도 가까이 떨어지더니 이번 겨울은 유난히 따뜻하기도 했죠. 지구가 ‘아프다’는 말이 예전에는 막연한 이슈 같았는데 이제 진짜로 점점 와닿는 것 같습니다.
Q. 네, 안그래도 일교차가 너무 커서 감기 환자들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최근 외신 헤드라인에서 ‘올해 하반기에 라니냐가 나타날 수 있으니 대비해야 한다’, 이런 기사들을 많이 봤는데, 관련해 자세하게 설명 좀 해 주시죠.
= 최근 호주 기상청은 2021년과 2022년에 호주 동부에 홍수를 일으켰던 라니냐가 올해 하반기에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라니냐 주의보’를 내렸습니다. 호주 기상청은 과거에도 라니냐 가능성이 50%에 이르면 주의보를 발령했는데요, 평년의 경우 라니냐 가능성이 약 25% 수준이지만 지금은 평년의 2배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호주 기상청은 기상학자들이 태평양 수면 50m에서 150m 아래 비정상적으로 차가운 물의 흐름을 관찰하고 있다며, 앞으로 몇 달 동안, 이 차가운 물이 표면 가까이 상승하면 해수면 온도가 떨어지고, 곧 본격적인 라니냐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보통 역사적으로 강력한 엘니뇨 현상이 나타나면 이듬해에는 라니냐 현상이 종종 나타나곤 했는데요, 작년에 '슈퍼 엘니뇨' 현상이 있었던 만큼 올해는 라니냐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다만 적은 확률로, 갑작스러운 강풍이나 사이클론 등이 나타나면 대류 현상을 바꿔 라니냐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Q. 알겠습니다. 엘니뇨든 라니냐든 비정상적인 기후 현상임은 확실한 것 같은데요, 사실 보통 사람들은 엘니뇨와 라니냐가 정확히 뭔지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엘니뇨는 뭐고 라니냐는 뭔가요? 둘이 무언가에 대한 반대 현상인가요?
= 맞습니다. 쉽게 말하면 동태평양이나 중태평양의 바다 온도가 상승하는 건 엘니뇨고요, 하락하는 건 라니냐입니다. 스페인어로 엘니뇨는 남자 아이, 라니냐는 여자 아이라는 뜻인데요, 보통 엘니뇨가 오면 지구 전체 기온이 오르고요, 라니냐가 오면 낮아집니다. 하지만 2020년 8월부터 3년간 이례적으로 긴 라니냐 현상이 나타나며 ‘트리플 딥’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작년이 전세계적으로 역대 5번째로 더웠던 해로 기록이 되는 등 지구온난화가 워낙 심해졌기 때문에 워낙 이변이 많이 생기고 있고요, 그래서 100% 그렇다고 말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보통은 그렇다,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고요, 엘니뇨든 라니냐든 한 번 발생하면 일부 지역에는 가뭄을, 일부 지역에는 폭우를 유발하기 때문에 특정 농산물이나 곡물의 생산이 어려워진다는 문제를 야기시킵니다.
Q. 거의 뭐 오랜만에 과학 시간 같습니다. 엘니뇨는 지구 온도가 높아지는 것, 라니냐는 지구 온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정리해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올해 하반기에 라니냐가 발생하면 어떤 품목들이 피해를 입게 됩니까?
= 라니냐는 북미의 강추위와 남미의 가뭄을 유발하는데요, 대두와 옥수수 주요 수출국들이 남미와 북미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두와 옥수수를 정상적으로 공급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질 겁니다. 업계에서는 애그플레이션이라는 말도 종종 나오는데요, 애그플레이션은 농업을 의미하는 agricultre와 inflation의 합성어입니다. 언뜻 들으면 약간 계란 egg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같기도 한데요, 한국말로는 ‘ㅐ’, 애그입니다. 관련 파생상품 투자자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애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입니다.
Q. 네, 라니냐가 진짜 발생한다면 먹거리 물가가 또다른 차원에서 크게 오를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확률은 어떻게 된다고 보면 됩니까?
= 미국 해양대기청 산하 기후예보센터에 따르면, 라니냐 발생 가능성은 올해 4월에서 6월 0%에서, 5~7월 26%로 높아질 전망입니다. 이 확률은 연말로 갈수록 점점 커지는데요, 8월에서 10월에는 80%로까지오르고요, 10월에서 12월에는 86%로 정점을 찍습니다. 올해 3월에서 5월 95%에 달했던 엘니뇨 발생 가능성은 4월에서 6월 15%로 급감한 상태고요, 오는 6월에서 8월부터 연말까지는 1% 수준까지 떨어져 사실상 영향이 없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Q. 상반기에는 엘니뇨가 기승이었죠. 자주 설명해 주셨지만, 코코아나 커피가 엘니뇨로 인한 이상기후 때문에 요 몇 달동안 가격이 많이 뛰었던 것 아닙니까?
= 맞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엘니뇨로 인해 코트디부아르나 가나 등 서아프리카 지역에 극한의 폭염과 가뭄 피해가 커져 일단 코코아 수급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또 브라질이나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도 고온건조한 기후 때문에 커피 생산이 원활하지 않아 커피 가격도 많이 뛰었습니다. 코코아 선물이 지금은 한 7,000달러 대로 내려왔지만 한 몇 주 전만 해도 10,000달러를 돌파해 전년 동기 대비 최소 3배 이상 상승했고요, 아라비카 원두도 3년 전에는 톤당 2,000달러 이하였는데 지금은 거의 5,000달러에 육박하니까요, 3년 전보다 60% 정도 뛰었습니다. 우리나라 커피 수입 가격도 거의 50% 높아졌고요. 인베스팅 닷컴은 올해 상반기에는 코코아나 커피, 설탕과 같은 품목의 가격이 뛰었다면, 하반기에는 라니냐로 인해 코코아나 커피 재배는 원활해지지만 반대로 대두나 옥수수와 같은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등 식품물가 자체는 여전히 높은 상태가 유지되지만 그 형태가 변화하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Q. 그렇군요. 대두와 옥수수 가격은 엘니뇨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전반적으로는 하락세를 유지했는데, 라니냐 발생 가능성 말고도 또다른 가격 상승 요인들이 잠재하고 있다고요?
= 네, 대두와 옥수수 가격은 2년째 하락세인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몇 년째 수익성이 악화되자 미국 농가들이 파종 면적을 축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브라질에 역대급 홍수가 발생하고 러시아 흑해 연안에는 가뭄과 서리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라니냐 우려와 함께 대두와 옥수수 공급난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NH 투자증권은 농산물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로 상향한다고 밝혔고요, 미장도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국내장 투자자들에게는 특히 ETF로의 투자를 강하게 권고한다고 전했습니다.
Q. 대신 라니냐가 발생하면 코코아 커피, 설탕 상황은 좀 나아지려나요?
= 그렇죠. 엘니뇨와 라니냐가 정반대 현상을 가리키다 보니, 라니냐가 발생하면 엘니뇨로 인해 피해를 봤던 품목들의 공급이 나아질 수 있습니다. 동남아시아나 서아프리카 일대의 강우량이 오는 8월에서 10월, 평년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으로 관측되고요, 코코아나 커피, 설탕 등의 작황은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Q. 마지막으로 농산물 관련해서 쌀 관련 소식도 짚어보겠습니다. 쌀 가격 상황은 어떻습니까?
=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 시장의 기준물인 태국산 백미 가격이 4월 초 이후 71달러 급등한 649달러까지 치솟았는데요, 15년래 최고입니다. 인도의 수출 제한과 역시나 엘니뇨로 인한 동남아 주요 생산국들의 공급이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고요, 브라질 쌀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히우그란지두술주의 폭우 역시 쌀 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켰습니다. 결국 품목만 다르지 원인과 결과는 거의 비슷하죠? 국제곡물협의회는 또, 태국의 비수기 작물과 베트남의 주요 겨울-봄 작물 수확이 끝나가고 있어, 신규 곡물 공급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도 쌀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꼽았고요, 반면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쌀을 대규모로 사들이고 있어 수급 불균형도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쌀 가격도 기상 여건에 주목해야 한다며 엘니뇨에서 라니냐로 전환될 지의 여부에 따라 쌀 가격의 등락 폭도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Q. 저희가 원자재 인사이드를 통해 참 다양한 식품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요, 품목이 뭐가 됐든 궁극적으로는 밥상 물가가 점점 더 올라가는 결과가 초래되니 매번 마무리를 하면서도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 요즘 정말 ‘기후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단 뉴스 기사들이 점점 더 많이 눈에 띄는데요, 원자재 가격을 상승시키는 데는 뭐 기업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들도 있고, 사회 이슈들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먹거리 물가는 요즘 거의 대부분 날씨와 관련이 깊은 것 같습니다. 지구가 더 아프지 않도록, 날씨가 더 이상 비정상적이어지지 않도록, 국가면 국가, 기업이면 기업, 개인이면 개인,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