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 연구진과 구글이 쌀 한 톨보다 작은 뇌 조직으로 인간의 뇌 지도를 그려냈다고 CNN방송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버드대 분자세포 생물학 교수인 제프 리히트만 박사는 10여년 전 1㎣에 불과한 작은 뇌 조직 하나를 확보했다. 뇌전증을 앓는 환자의 수술 과정에서 얻은 것이다.
리히트만 박사 연구진은 이 조직을 머리카락의 1천분의 1 두께인 30나노미터 굵기로 잘게 잘라 중금속 물질로 염색해 전자현미경으로 살펴봤다. 그 결과 조직에서 5만7천여개의 세포와 230㎜의 혈관, 1억5천만개의 시냅스가 관찰됐다.
연구진은 수천개의 조각들을 각각 사진으로 찍고 연결해 미시적인 수준의 3차원 뇌 이미지를 얻었다. 이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연구진은 초파리의 뇌지도를 그리는 작업을 해온 구글과 협력했다.
바이렌 자인 박사 등 구글 과학자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현미경 사진을 연결하고 3차원으로 재구성해냈다. 이런 식으로 뇌 지도를 그리기 위해 사용된 데이터만 책 10억권 분량이 넘는 1천400테라바이트(TB)에 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으며, 구글은 '뉴로글랜서'(Neuroglancer)라는 온라인 사이트에도 공개했다.
뇌 지도를 통해 일부 뉴런 쌍이 50개가 넘는 시냅스로 강하게 연결돼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는 마치 한 블록에 있는 두 집에 50개의 전화선이 연결돼있는 것과 같은 것으로, 자인 박사는 왜 이렇게 강하게 연결돼있는지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정신질환이나 자폐스펙트럼 같은 발달 장애가 있는 사람의 뇌가 일반적인 뇌와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했다. 그러면서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들이 방대하기 때문에 누구든지 살펴보고 연구할 수 있도록 이를 온라인에 공개한다고 덧붙였다.
리히트만 박사는 인간의 뇌 전체 지도를 그리는 데는 1제타바이트에 해당하는 데이터가 필요하며, 현재로서는 그만큼의 데이터를 저장하기도 어렵지만 잘 보존된 인간의 뇌를 확보할 수 있는 윤리적 방법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