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없애 기술전쟁 골든타임 확보"...재정효율성은 '우려'

입력 2024-05-17 17:38
수정 2024-05-17 17:38

오늘 국가재정전략회의의 핵심은 500억원 이상의 국가 예산이 드는 연구개발, R&D 사업이 거쳐야 하는 ‘예비타당성조사’를 전면 폐지하겠다는 건데, 그 배경은 무엇입니까?


예비타당성 조사는 예산이 대거 투입되는 사업에 나랏돈을 허투루 쓰지 말자는 취지에서 만든 제도입니다.

도로·철도·공항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사업에도 일괄적으로 적용되는데요.

하지만 예타 기준이 까다롭고 조사에만 최소 반년이 걸려 촌각을 다투는 기술전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1조원 규모의 ‘양자 기술사업', 차세대 통신 필수기술인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 모두 예타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것이 상황이고요.

결국, 이번에 정부가 '예타 폐지'라는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은 건, AI·반도체, 첨단 바이오, 양자기술과 같은 혁신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예타가 불필요한 재정사업을 걸러왔다는 점에서 R&D 예타를 폐지하는 것은 재정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을 듯 싶은데요.


네 그렇습니다. 사실상 지난 15년간 R&D 예타 제도를 통해 130개 사업을 걸러내는 등 예산 절감 효과도 분명히 있었는데요.

때문에 예타가 폐지되면 아무래도 재정에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더 걱정인 건 빠듯한 나라살림입니다.

화면에서 보시다시피 올해 들어 3월까지 국세수입 실적은 기업들의 영업이익 급감으로 법인세가 크게 줄면서 역대 최악의 '세수 펑크'가 났던 지난해보다도 나빠졌습니다.

또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도 1년 전보다 21조나 확대돼 3월 누계 기준 가장 컸습니다.

벌써부터 예타가 폐지되면 부처간 중복지원이 많아지고 브로커가 난립할 것이다라는 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범부처 차원의 사업 심의제도를 도입하거나, 사후 평가를 강화해 예산이 불필요하게 새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 야당의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이 문제가 아니죠. R&D 예타 폐지 뿐만 아니라 저출생 대응, 의료개혁, 민생토론회 과제까지 정부도 돈 쓸데가 많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재원이 한정돼 있고, 그럼에도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방침을 분명히 했어요. 정부의 묘안은 있나요?


사실 별다른 묘안은 없습니다. 세수 여건, 즉 수입이 나아지기 어려운 지금 상황에선, 총지출을 지난해보다 더 늘리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예산 효율화'를 또 한번 강조했는데요. 비효율적인 부분은 과감히 줄이고 필요한 곳에 제대로 써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겁니다.

그 일환으로 이번 회의에서 등장한 개념이 있는데, 바로 '협업 예산'입니다.

기존에는 19개 정부 부처별로 예산을 편성했다면, 이젠 그 틀에서 벗어나 R&D, 저출생, 청년, 일자리 등 주요 분야별로 예산을 재구조화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대표적으로 학령인구가 줄고 있음에도 내국세의 20.79%로 고정돼 있어 현재 남아 돌고 있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저출생 대응 예산으로 전용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협업 예산은 당장 내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부터 도입되는데요. 기획재정부가 최근 내놓은 세부지침을 보면 방식은 이렇습니다. 관계 부처가 함께 협업과제를 선정하고, 분야별 협의체도 만듭니다.

이 협의체에서 사업별로 부처간 역할을 명확히 나누고요. 저성과 사업은 구조조정해 효과성 높은 사업으로 대체하고 유사중복사업도 조정합니다.

하지만 협업예산은 문재인 정부 때도 도입된 바 있었습니다. 또 재정당국은 매년 지출 효율화를 추진해왔지만 쓰지 못한 예산이 남거나 중복 투자가 이뤄지는 일은 반복돼왔습니다.

이제 비효율적인 예산은 덜어내는 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일이 됐는데요. 정부가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갖고, 이른바 뼈를 깎는 예산 구조조정을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