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령 누벨칼레도니 원주민 소요…3명 사망

입력 2024-05-15 17:54


프랑스령 누벨칼레도니(영어명 뉴칼레도니아)에서 원주민들이 프랑스의 헌법 개정 시도에 반발해 대규모 소요 사태가 일어나면서 3명이 사망하는 등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경찰을 추가 파견한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방 방문을 취소하고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수도 누메아에서는 야간 통행 금지령이 내려졌음에도 전날 밤과 이날 새벽 복면을 쓴 이들이 상점을 약탈하고 길거리 차에 불을 지르는 등 폭력 사태가 이어졌다고 15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누벨칼레도니 대통령실은 이번 소요 사태로 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 사망자는 모두 원주민 카나크족 주민이고, 사망자 중 1명은 총에 맞아 숨졌다고 주장했다.

누벨칼레도니 주재 프랑스 고등판무관실은 사망자가 2명으로 확인됐고, 이 중 1명은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며 경찰에 쏜 총에 맞은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 이번 소요 사태로 130명 이상이 체포됐고 수십명의 폭도가 구금돼 법원에 출두하게 됐다며 심각한 공공 소요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소요 사태가 벌어진 것은 프랑스가 헌법을 개정해 이곳에서 실시되는 지방 선거의 유권자를 확대하려고 해서다.

1853년 누벨칼레도니를 식민지로 병합한 프랑스는 누벨칼레도니에 상당 부분 자치권을 이양했다. 프랑스는 헌법으로 누벨칼레도니 지방 의회 선출 선거인단을 1999년에 정한 유권자 명부로 한정했다. 누메아 협정 후 프랑스 본토나 다른 곳에서 이주한 이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프랑스는 누메아 협정으로 누벨칼레도니 내 성인 20%가 투표에서 배제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헌법을 개정, 누벨칼레도니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사람에게는 투표권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누벨칼레도니 전체 인구 28만 명 중 약 40%를 차지하는 원주민 카나크족은 유권자 확대가 누메아 협정 위반이며 결국 친프랑스 정치인들에게만 유리한 정책이라고 반대를 표했다.

프랑스 하원은 이날 오전 토론 끝에 누벨칼레도니 유권자 확대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프랑스에서 헌법을 개정하려면 상·하원이 동일 문구의 개헌안을 의결하고, 양원 합동회의에서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헌법 개정을 위한 양원 합동회의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누벨칼레도니 대표들에게 서한을 보내 "침착하라"며 폭력 사태는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5일 오전 노르망디를 방문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긴급 국방·국가안보 회의를 주재한다고 엘리제궁이 밝혔다.

누벨칼레도니의 독립을 지지하는 정치단체 카나크 사회주의 해방전선(FLNKS)은 성명을 통해 프랑스의 대화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며 "누벨칼레도니가 해방을 향한 길을 갈 수 있도록 합의를 위해 노력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누벨칼레도니는 2018년과 2020년, 2022년 3차례에 걸쳐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했지만 3차례 모두 독립 반대 결과가 나왔다.

(사진=연합뉴스)